은행권이 지난달 신용대출 급증에 대응해 비대면 대환 대출과 대출 비교 플랫폼 유입을 막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2일부터 비대면으로 신청하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한다.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옮기는 대환 대출만 비대면 채널에서 막는 것이고, 신규 신용대출 신청은 계속 가능하다. 다만 서민금융 상품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빠진다. 영업점 창구에서는 신규 대출과 갈아타기 대출 모두 접수할 수 있어, 전면 중단보다는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핀다, 토스, 뱅크샐러드 같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신용대출 신청도 함께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우리은행 대출 상품이 추천되지 않게 하거나,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비대면 플랫폼이 대출 접근성을 크게 높이면서 신청이 단기간에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이런 유입 경로를 직접 조절해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 같은 대응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되자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금융회사를 매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도 고액 연봉자 대상 신용대출 한도 축소 같은 자율관리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빠른 기타대출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치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천181조8천억원으로 4월 말보다 6조9천억원 늘었다. 이는 2024년 8월 9조2천억원 증가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조2천억원 늘었고,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3조7천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타대출 급증은 최근 주식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몰리면서 이른바 빚투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은 금리와 자산시장 흐름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당분간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자율관리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는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손쉬운 갈아타기나 한도 확대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방향과 맞물려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