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글로벌 자금 조달 시장에서 일본 엔화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해외 정부와 금융회사, 다국적 기업의 판다본드 발행이 빠르게 늘고 있다.
18일 연합뉴스가 인용한 CNBC 등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사이 중국 역내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판다본드는 해외 발행자가 중국 본토 시장에서 찍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달러로 돈을 빌릴 때보다 위안화로 조달할 때 금리가 훨씬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은 판다본드 시장에서 연 1.7~2.2% 수준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달러 시장에서는 4.5~5.5%를 부담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2~3%포인트가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올해 판다본드 발행은 큰 폭으로 늘었다.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같은 정부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 폭스바겐과 헨켈 같은 다국적 기업도 잇따라 시장에 들어왔다. 무디스 등의 집계를 보면 6월 둘째 주까지 발행액은 1천371억위안을 넘어섰고, 이는 1년 전보다 80.4% 증가한 규모다. 특히 5월 한 달 발행액은 266억4천만위안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일본 엔화가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국제 조달통화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한 구도가 위안화에서도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 뒤에는 중국 당국의 정책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 안에서 위안화로 자금을 조달해도 이를 해외로 가져가 쓰기가 쉽지 않아,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다시 말해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 아래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의 판궁성 총재는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중국 채권을 담보로 위안화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해외 투자자와 기관이 위안화를 보다 손쉽게 쓰게 만들어,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 폭을 넓히려는 조치로 읽힌다.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에도 이런 흐름은 의미가 있다. 이미 일부 한국 금융기관은 판다본드를 발행한 경험이 있고, 중국 사업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달러 조달 비용이 높아질수록 위안화 조달을 검토할 이유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월가 은행들이 국제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에 맞춰 위안화 차입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판다본드 시장은 단순한 채권 발행 창구를 넘어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를 넓히는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 확대 차원에서 상하이와 광둥성 선전에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 즉 펀드매니저가 지수 추종에 그치지 않고 종목과 매매 시점을 직접 고르는 상장지수펀드 출시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국 금융시장의 상품 다양성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위안화 조달 확대가 일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중 금리 차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지금의 금리 메리트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중국 규제당국이 예상 밖의 정책 변화를 내놓을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미국의 고금리와 중국의 개방 확대가 맞물리면서 판다본드 시장의 존재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고,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글로벌 자금 조달 지형과 위안화 국제화 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