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실에 빠졌을 때 대주주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사태를 계기로, 과거 대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총수와 대주주가 사재 출연과 지분 소각, 경영권 상실까지 감수했던 전례와 비교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자본시장은 그동안 기업 부실의 책임을 단순히 회사에만 묻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를 돌아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 지분과 사재를 채권단에 담보와 출연 형태로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차등 감자, 즉 대주주 지분을 더 무겁게 줄이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박 회장은 경영권을 잃었다.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은 그룹 부실을 감춘 채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키운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고, 법원은 대주주 일가의 개인 자산까지 압류해 배상 재원으로 돌렸다.
STX그룹과 한진해운 사례도 비슷한 교훈을 남겼다. 강덕수 회장이 이끌던 STX그룹은 조선·해운 업황 악화를 넘지 못했고, 채권단은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대주주 지분을 무상 감자했다. 그 결과 강 회장은 지분 가치를 사실상 모두 잃고 경영권도 박탈당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후 결국 분리 매각 수순을 밟았고, 최은영 전 회장은 사태 초기에 유한책임을 내세우며 버티다가 고용 불안과 물류 마비가 심해진 뒤에야 사재를 내놓았다. 이런 사례들은 대주주가 책임 이행 시점을 놓칠수록 기업과 시장, 이해관계자 모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약 10년간 경영하다가 2025년 3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MBK 측은 그동안 재벌 총수와 사모펀드 운용사는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를 펴왔지만, 시장에서는 책임의 원칙이 다를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모펀드 투자자, 즉 엘피(LP·유한책임투자자)는 투자 손실을 감수하는 구조지만, 펀드를 실제로 운용하는 지피(GP·업무집행사원)는 운용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와 수익자에 대한 충실 의무를 진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금융당국 감독 체계 안에 있다는 점에서도 일반 대주주와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보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대주주가 먼저 어느 정도의 고통 분담 의지를 보이느냐다. 회생절차에서는 통상 대주주가 먼저 자금 지원이나 손실 부담 의사를 분명히 해야 채권단도 신규 자금 지원이나 채무 조정에 나설 명분이 생긴다. 반대로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손실은 사회가 떠안는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기업 회생의 정당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뒤에는 수만 명의 직원과 협력업체 생계가 걸려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서 대주주 책임 원칙이 어디까지 적용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회생 기업의 대주주 책임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