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과 중기물은 내리고 초장기물은 오르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주식시장이 크게 밀리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일부 이동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은 채권값 상승을 제한하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5bp(1bp는 0.01%포인트) 내린 연 3.722%를 기록했다. 10년물도 2.7bp 하락한 연 4.117%로 장을 마쳤다. 5년물과 2년물 역시 각각 4.6bp, 1.2bp 내려 연 3.946%, 연 3.648%를 나타냈다. 반면 만기가 긴 20년물은 0.4bp 오른 연 4.301%, 30년물은 1.6bp 상승한 연 4.335%, 50년물은 1.1bp 오른 연 4.192%였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이날은 비교적 짧은 만기 채권에 매수세가 몰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뚜렷한 정책 발표나 지표 충격이 없는 가운데 주식시장 급락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코스피가 6% 가까이 떨어지자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졌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국채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도 3년 국채선물을 1만2천918계약 순매수해 단기 구간 강세에 힘을 보탰다. 다만 10년 국채선물은 518계약 순매도해 만기 구간별로는 온도 차가 있었다.
환율은 채권시장에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0.7원 내린 1,532.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장중에는 1,550원에 가까워질 정도로 상승 압력이 컸고, 막판에는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1,530원대로 내려왔다. 환율이 높으면 해외 자금 이탈 우려와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채권시장에는 대체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NH투자증권의 강승원 연구원은 이날 채권시장에 방향을 결정할 만한 뚜렷한 재료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주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높은 환율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만기별 금리가 엇갈린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주식시장 변동성과 외환시장 안정 여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뚜렷한 정책 신호나 경기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채권시장도 구간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