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강하게 이어질 경우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해맥 총재는 당장 현장에서 나타나는 투자 열기는 오히려 공급 압박과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해맥 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난달 30일 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방준비제도 목표 수준보다 높고 이런 흐름이 지난 5년간 이어져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책적으로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본 판단 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인데, 물가가 목표치인 2%로 충분히 내려오지 않으면 통화 긴축 기조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투자다. 해맥 총재는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의 데이터센터용 전력 개폐장치 제조업체를 사례로 들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인공지능 산업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전력망, 반도체, 서버, 냉각 설비 같은 실물 인프라 수요까지 한꺼번에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이 이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의 투자 비용이 오르고, 그 여파가 전반적인 물가에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맥 총재는 또 대기업들이 현재의 금리 수준이나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처럼 자금 조달 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에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어 투자가 둔화하는데, 인공지능 관련 핵심 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높은 비용도 감수하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이는 기존 통화긴축의 제동 효과가 일부 첨단 투자 영역에서는 약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해맥 총재도 인공지능의 영향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이 양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장기적으로는 업무 효율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낮추는 효과도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결국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일부 연준 인사들의 시각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해맥 총재가 단기 물가 위험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시장은 앞으로 연준이 인공지능 투자 열기를 경기 과열 신호로 얼마나 해석할지 더 주의 깊게 살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