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 도입률은 앞으로 10년 안에 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국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워낙 큰 구조여서, 인공지능 확산이 곧바로 생산성 급증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6월 대외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공지능 도입률은 현재 약 6%에서 10년 뒤 50%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비교 대상인 주요 7개국, 즉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과 영국은 현재 각각 5% 수준이지만 10년 뒤에는 48%, 47%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 활용이 빠르게 퍼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한국이 가장 앞선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산성 개선 폭만 놓고 보면 순위는 조금 달라진다. 향후 10년간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미국이 4.52%포인트, 영국이 4.50%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4.36%포인트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차이는 산업 구조에서 나온다. 금융·보험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공공행정 및 국방처럼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28.8%, 영국은 26.7%, 프랑스는 23.9%인 반면 한국은 독일과 같은 20.6%에 그쳤다. 반대로 한국은 제조업·건설업·음식·숙박업·광업처럼 인공지능 노출도가 낮은 산업 비중이 36.7%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 가운데 제조업만 28.7%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한국은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빠를 수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즉각 큰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체질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정책 방향도 일반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보급을 넘어서 제조업에 맞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저출산·고령화로 노동과 자본을 단순히 더 투입하는 성장 방식에 한계가 뚜렷한 만큼,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산업별 맞춤형 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은 생성형 인공지능 노출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노동생산성이 높은 편이어서, 로봇과 설비, 자동화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피지컬에이아이 투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도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피지컬에이아이를 내세우고 제조업 현장의 인공지능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노동시장에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2025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했고, 2026년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만8천명 줄어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금융·보험업은 2024년 1분기 3천명 감소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 6천명 증가에 그쳤고, 공공행정 및 국방도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정보통신업은 2분기 만에 증가 전환해 3만명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 불안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제조업 취업자는 2024년 3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줄었고, 2026년 2분기 감소 폭은 9만7천명으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인공지능 확산이 첫 일자리 진입 장벽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이 신입 채용을 줄이면 경력이 없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청년층 일자리 회복 방안을 2026년 3분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 도입 속도 자체보다, 제조업에 맞는 활용 방식과 고용 충격을 얼마나 균형 있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