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관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지표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유지할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다소 낮춰 보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천명 감소했다. 통상 고용이 식으면 임금과 소비가 함께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 때문에 시장은 이제 물가가 실제로 진정되고 있는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52.2%, 인상 확률은 47.8%로 팽팽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로는 다소 오를 수 있어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용 둔화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약해진 상황에서 이번 물가지표가 그런 기대를 확인해줄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예상 범위 안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 연방준비제도가 당장 금리를 더 올리기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기와 물가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나치면 경기 위축을 키울 수 있어 물가와 고용의 균형을 함께 본다.
다만 물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1.36%,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1.30%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통해 전반적인 물가에 번지기 쉬운 항목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의 3.5%에서 3.4%로 소폭 둔화할 것으로 보지만, 이 수치에는 최근 유가 급등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3일 발표될 생산자물가, 즉 기업의 도매 단계 물가가 향후 소비자물가 압력을 가늠할 첫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경계감은 뉴욕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간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34%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0.32%, 나스닥종합지수는 0.60%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물가가 낮게 나오면 금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반대로 근원 소비자물가처럼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지표가 높게 나오면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증시도 이 영향권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금리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이 확인되면 코스피의 추가 하락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코스피가 7주 연속 주간 하락을 기록한 만큼, 미국 물가와 금리 흐름이 안정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완화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미국의 물가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둔화하느냐, 그리고 고유가가 그 흐름을 다시 흔드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