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올리면서 상향분의 절반가량을 반도체 경기 호조가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 확대보다 가격 상승 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6%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9%로 0.8%포인트 높였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상한 가운데 성장과 물가 판단이 함께 통화정책의 배경으로 놓인 셈이다.
이번 조정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올해 성장률 상향폭 0.7%포인트 가운데 0.35%포인트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상방 요인으로는 실적치 수정 0.2%포인트, 3대 메가프로젝트 등 투자 가속화 0.1%포인트, 예상보다 작은 중동 영향 0.1%포인트가 제시됐다. 성장률 전망 조정이 반도체 한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가장 큰 비중은 반도체가 차지했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은행이 반도체 수출 증가를 물량과 가격으로 나눠 보면 가격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고부가 메모리 가격이 성장률 전망 조정에 더 크게 반영됐다는 의미다.
수출 전망도 함께 올라갔다. 한국은행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9.7%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 4.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4.4%에서 6.8%로 높아졌다. 반면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0.6%에서 0.2%로 낮아져 업종별 경기 온도 차가 확인됐다.
경상수지 전망 변화도 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4천500억 달러(약 623조원)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천500억 달러보다 2천억 달러(약 277조원)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과 설비투자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업종이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같은 물량을 팔아도 수출 금액과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이는 투자와 일부 소득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성장률 상향이 곧바로 체감 경기 전반의 개선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를 기존 18만명에서 14만명으로 낮췄다. 중동 전쟁과 건설업 등 취약 업종 부진이 반영됐다.
물가 전망은 엇갈렸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7%, 2.3%로 유지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높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 확대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 유가 하락이 상쇄되면서 지난 5월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성장률 상향에도 헤드라인 물가 전망을 유지한 배경을 설명한 발언이다.
국내 금융시장에는 성장률과 물가, 기준금리 판단이 함께 반영된다. 본지는 앞서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 2.9%로 높이고 기준금리를 3.00%로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수출이 실물경제를 떠받치더라도 원화 유동성, 채권금리, 위험자산 심리에는 금리와 대외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정하기 어렵다. 성장률 상향과 금리 경로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날 발표만으로 특정 자산의 가격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