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Shin Hyun-song)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의 대외 충격 대응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흐름을 한국은행이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국내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여건에 맞춰 판단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한국시간 29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계기로 국내 특파원들과 만났다. 한국은행은 27일 신 총재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두고 “원화는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달러인덱스가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0원 내린 13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4일 1367.2원 이후 약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는 환율을 단순한 가격 변수로 보지 않았다. 신 총재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외환위기 등의 트라우마가 있어 환율이 갖는 의미가 막대하다”며 “단순히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상대 가격이 아니라 모든 지표를 아우르는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환율이 통화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에서 원·달러 환율은 수출입 가격뿐 아니라 외환 유동성, 물가, 금융시장 심리까지 함께 반영하는 지표로 읽힌다.
최근 환율 하락 배경으로는 수급 요인이 거론됐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관련 자금과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움직임에 각별히 관심을 두고 시장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신 총재는 한미 간 양해각서에 담긴 연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 투자와 관련해 “최대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지 우리 상황이 여의찮으면 그보다 적게 투자하거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월 기준 약 4270억 달러(약 587조1250억원) 규모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만으로도 상당 부분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 통화정책과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관계에는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계적으로 금리차만 맞춰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방향이 한국의 통화정책 여건을 바꿀 수는 있지만, 결정 자체는 국내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목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본지는 앞서 [국내 금리 경로가 원화 유동성과 채권금리, 달러-원 환율을 거쳐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8797).
다만 이번 잭슨홀 간담회 발언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직접 언급은 확인되지 않았다. 환율과 달러 유동성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정 자산 가격 방향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 총재는 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해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시사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시장이 요구해온 요소를 큰 틀에서 담았다고 봤다.
본지는 앞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론과 신 총재의 과거 연구가 맞닿아 있다고 보도했다](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8818). 한국은행의 다음 판단은 미국 금리 경로와 함께 국내 지표, 외환시장 안정 여부를 종합해 이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