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가 8월 들어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유 조달 불확실성은 낮아지는 반면 석유제품 공급 회복은 더디면서 정제마진 강세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와 신한투자증권 집계에서 8월 1∼28일 S-Oil(010950) 주가는 17.20% 올랐다. GS(078930)는 45.17%, SK이노베이션(096770)은 5.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2.93%였다.
GS는 정유사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다. 유통 회사를 자회사로 둔 점과 배당 수익 기대감이 함께 반영되며 상승률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흡수 합병 이슈에 따른 재무 부담 우려가 겹쳐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번 흐름의 핵심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할 때 남는 차이다. 정유사 실적에는 원유 가격 자체보다 원유 조달 비용과 제품 판매 가격의 상대적 변화가 더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정유 업황은 통상 원유 가격, 제품 수요, 정제설비 가동률, 재고 수준이 함께 움직이면서 결정된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도 제품 가격이 더 천천히 내려가면 정제마진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제품 가격이 먼저 약해지면 유가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관련 제품 물동량이 전쟁 전 하루 1800만 배럴에서 8월 현재 200만 배럴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반면 우회 경로를 포함한 걸프 지역의 원유·콘덴세이트 일일 수출은 7월 1070만 배럴로 전쟁 전의 61%까지 회복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석유제품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 통항이 막히거나 제한되면 선박 운항 비용, 보험료, 제품 공급 일정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우회 경로가 일부 회복되면 원유 조달 불확실성은 완화될 여지가 생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대상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낮춘 점도 원가 측면에서 거론됐다. OSP는 기준 유가에 붙는 프리미엄이다. 사우디 OSP는 7월 +9.5달러에서 9월 -2.0달러로 내려갔다.
제품 재고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업용 석유 재고는 2014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제시됐다. 미국 휘발유 재고는 7월 기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고, 유럽의 등유·경유 재고도 2022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재고가 낮으면 정제설비 가동이 늘더라도 늘어난 제품이 시장에 바로 풀리기보다 재고 재축적에 먼저 쓰일 수 있다. 이 경우 원유 물류가 회복돼도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늦게 안정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 마진은 유가보다 원유와 제품 가격의 상대 변화가 결정한다”며 “파이프라인과 우회 운송으로 원유 조달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OSP가 하락하면 투입 원가는 낮아지지만, 중동과 러시아 설비 복구 지연과 낮은 재고로 등·경유와 항공유 가격은 원유보다 천천히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와 제품 시장의 정상화 속도 차이가 정제마진을 떠받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중동 정제 설비의 가동 차질과 러시아의 정제 설비 가동률 축소로 원유 공급 회복보다 석유 제품 공급 회복이 훨씬 느릴 것”이라며 “지금 정유 업종의 핵심은 유가가 아니라 싸지는 원유와 비싸게 남아 있는 제품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에 있다”고 짚었다.
국내 증시에서는 정제마진 강세가 정유사 수익성 기대와 연결됐다. 다만 기업별 주가 흐름은 정제마진뿐 아니라 배당 기대, 자회사 구조, 재무 부담, 합병 이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본지는 앞서 정유 3사가 하반기 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흐름을 보도했다. 당시에도 석유제품 공급 차질과 사우디 OSP 하락이 정제마진 개선 기대를 키운 요인으로 제시됐다.
정제마진 강세는 정유사 수익성에는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운송업체와 산업 현장에는 연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흐름은 원유 조달 회복 속도와 중동·러시아 정제설비 복구, 낮은 제품 재고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