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Shin Hyun-song)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과 금융취약성지수(FVI)를 통화정책 고려사항으로 직접 거론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은의 추가 긴축 논거가 물가에서 금융안정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인포맥스는 신 총재가 지난 주말 미국 잭슨홀에서 국내 통화정책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이 아주 중요한 요소다”며 “주된 책무는 물가안정이지만 부동산도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이다”고 말했다고 31일 보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린 지 나흘 만에 나온 발언이다.
신 총재가 지목한 FVI는 신용, 자산가격, 레버리지 등과 관련된 64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를 기준치 100으로 두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9.5, 코로나19 당시 65까지 올랐다.
이 지수는 이후 37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최근 다시 빠르게 올라 장기 평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물가뿐 아니라 신용 팽창과 자산가격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진 배경이다.
신 총재는 금융안정 대응이 늦어질 때의 위험을 두고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며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지 못하면 나중에는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이 커진 뒤에는 작은 조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7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물가 오름세 확산 방지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함께 제시했다. 본지는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리며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은의 긴축 논거는 단계적으로 바뀌어 왔다. 7월 첫 인상 전에는 생활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흔들 가능성이 제시됐고, 8월 연속 인상 때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소득 증가 영향으로 쉽게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잭슨홀 발언에서는 부동산, 가계부채, 레버리지 같은 금융안정 요인이 전면에 섰다. 앞서 본지는 신 총재가 금리 상승이 신용과 레버리지 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가계신용 수치도 한은의 금융안정 논거와 맞닿아 있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3분기 34조8000억원 이후 19분기 만에 가장 컸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 폭은 12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8조1000억원보다 확대됐고, 기타 대출 증가 폭도 예금은행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5조4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금융안정은 통상 물가 지표보다 정책 판단이 늦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신용과 자산가격, 레버리지는 서로 맞물려 움직이고, 금리 변화가 가계와 금융기관의 위험 선호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생긴다.
대외 여건도 한은의 판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신 총재는 단순한 한미 금리 차보다 시장과의 소통, 정책 신뢰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미국이 앞으로 계속 올린다고 하면 통화정책 여건이 바뀔 수 있고,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반응은 금융안정 논거의 지속성에 맞춰졌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금융안정은 더 구조적이고, 한두 번 인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며 “한은이 어디서 금리 인상을 멈출지 모르겠지만, 긴축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내년 1분기 3.50%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며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 꺾일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의 최종 수준뿐 아니라 인상 기조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가 쟁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의 다음 금융안정 판단은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더 구체화될 수 있다. 이번 발언으로 부동산과 FVI는 향후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물가, 성장, 환율과 함께 점검할 핵심 변수로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