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 심포지엄에서 스테이블코인 국유화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루나 사태와 USDC 디페깅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 혁신과 공공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두고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10일 서울 강남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온체인 심포지엄에서는 ‘국유 스테이블코인,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토론 세션이 진행됐다. 루나 사태 이후 드러난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 국유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 가능성, 그리고 혁신과 규제의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루나 사태가 남긴 경고장”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
이대규 MKDS 소속 발표자는 국유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루나 사태에서 보듯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통화는 규제되지 않은 채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결국 금융은 통화로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통화이지만,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반드시 리저브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은 절대적인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국가 기관만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유화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 발표자는 "CBDC는 별도의 리저브가 필요하지 않으며,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기 때문에 납세자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공성이 확보돼야 할 영역이 민간의 영리 목적에 종속되는 것은 위험하며, 국유화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유화된 스테이블코인은 단일화된 통화 시스템을 제공해 전통 금융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체적인 진입 장벽을 낮춰 금융 소외 계층까지 경제 구성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국유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 포용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국유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은 아직 초기 단계…국유화는 성급하다”
이비 안 KEF 소속 발표자는 국유화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등장한 지 11년밖에 되지 않았고, 혁신이 성숙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은행은 수백 년의 역사를 거치며 감독을 받으며 성장해왔는데, 스테이블코인을 성급하게 국유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헛점이 있더라도 시간을 두고 관리해 가야 하며,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면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민간 발행사의 개선 노력을 언급했다. 그는 "테더 역시 실패 사례가 있었지만 이후 자산 품질과 규제 준수 등 여러 측면에서 꾸준히 개선해왔다"며 "지니어스 법과 같은 규제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컴플라이언스가 당연한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준비금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 되고, 체계적 위험이 있다면 관련 규제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의 본질적인 발전 방식을 강조했다. 이 발표자는 "혁신은 항상 시행착오와 보완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다"며 "만약 구글을 국유화한 세상을 상상한다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혁신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쟁 속에서 민간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유화로 경쟁자가 사라지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 대신 기본적인 것만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국유화는 시장 발전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금융 혁신의 동력을 잃게 만든다"며 "보호장치를 강화하면서 민간이 성장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 우선하는 민간, 공익과 충돌 불가피”
권순미 서강대 소속 토론자는 스테이블코인의 공적 성격과 제도적 필요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주주를 위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국민을 위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준수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구조가 마련돼야 하는데, 민간 사업자가 공공의 개입 없이 시장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토론자는 "규제는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며 "예컨대 2023년 USDC는 규제된 100% 담보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준비금 문제가 발생하면서 가치가 88센트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는 사후적 조치에 불과하며, 민간 기업이 공적 신뢰를 독점하는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공 주도의 접근 필요성을 역설했다. 토론자는 "민간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 극대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공익과 충돌할 경우 이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테더가 준비금 실태를 오랫동안 숨기고 조사를 통해서야 인정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개입하면 정치적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은 공개적이고 민주적 검증을 거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공공 발행 디지털 화폐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CBDC는 법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담보할 수 있는 반면, 민간 기업은 데이터 수익화에 치중할 유인이 크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이야말로 공공 금융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아직은 성장할 시간 필요"
원모 리 한양대 소속 토론자는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단계와 규제 방식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충분한 성숙을 위해 성장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 금융 시스템 역시 많은 위험을 안고 출발했지만, 시장의 자율성과 점진적 규제 보완을 통해 현재의 체계로 자리 잡았다"며 "스테이블코인만을 특별히 국유화 대상으로 삼아야 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본래의 금융 안정 목적보다 정치적 목표를 반영할 위험이 있다"며 "선거 주기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담보 요건을 완화하거나 수수료를 조정하는 식의 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결국 이용자들이 다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는 국제적 파급 효과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만약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국제 표준이 된다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금융 주권을 지키기 위해 독자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글로벌 금융 질서가 단일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파편화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국이 자국 중심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경쟁은 국제 협력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탈중앙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분산형 거버넌스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운영될 때 가장 큰 효용을 발휘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시장 논리에 기반한 의사결정이야말로 진정한 안정성을 담보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따라서 정부의 과도한 국유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규제와 시장 자율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유화된 스테이블코인만이 장기적 안전성과 혁신 담보"
김선욱 고려대 소속 토론자는 스테이블코인과 화폐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통화란 본질적으로 사회에서 거래를 가능케 하는 단위이며, 이는 단순히 민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 모델은 단기적 성과를 추구할 수는 있으나, 화폐라는 제도의 장기적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라 붕괴 사례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없이 방치될 때 얼마나 큰 사회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는 사후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유화를 통해 초기부터 투명성과 감독을 제도화하는 방식이야말로 보다 안전하고 장기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자유시장 모델의 혁신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시장 주도의 경쟁이 반드시 혁신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국유화된 통화 모델은 국가의 재정·통화 정책과 연계돼 25년, 5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체계는 단기 이익에 매몰된 민간 기업보다 안정성과 공공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화폐는 여전히 달러처럼 안정적인 기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유화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안전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자유시장은 사적 이익에 따라 분절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글로벌 금융 질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어느 모델이 디지털 시대의 화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정부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야말로 장기적 안전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국유화, 혁신 막고 비효율만 키운다
잔 글래스 중앙대 소속 토론자는 스테이블코인 국유화 논의의 본질을 짚으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실질적인 질문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 프라이버시, 신뢰를 희생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다룬다고 해서 안정성이 독점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며, 그 과정에서 비효율·정치화·감시 강화라는 영구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율성과 혁신, 문제 발생 시 복구 가능성, 위험 발생 시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지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민간 중심의 규제 모델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는 "정부는 법적 검토, 예산 협상, 선거 주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변화 속도가 느리고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민간 기업은 경쟁을 통해 빠르게 혁신하며, 이미 크로스체인 전송, 즉시 결제, 사용자 친화적 애플리케이션 같은 성과가 등장한 것도 그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유화는 이런 경쟁의 동력을 제거해 단 하나의 느리고 비효율적인 주체만 남게 한다"고 평가했다.
온체인 심포지엄은 웹3 핵심 의제인 ‘온체인 금융의 미래’를 B2B 관점에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블록체인 미디어 ‘토큰포스트‘가 주최하고 코인리더스, 테더, 크립토닷컴이 공동 주관했다.
전통 금융권과 블록체인 기업이 함께 온체인 금융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스테이블코인, RWA 등 새로운 온체인 인프라가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하는 무대이다. 온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확인하고 온체인 자산이 미래 금융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게 될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행사 참석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