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전 세계 벤처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해로 기록됐다. 크런치베이스의 예비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AI 업계를 중심으로 총 2,050억 달러(약 295조 2,000억 원)가 집행되며, 역대 벤처투자금 중 세 번째로 큰 금액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동안만 투자가 전년보다 32%나 증가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강력한 반등세였다. 최근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202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는 자금 배분이 한층 더 집중되는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은 단일 투자 건으로도 기록적인 사례가 나타났다. 2분기에는 스케일AI가 143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를, 1분기에는 오픈AI가 사상 최대인 400억 달러(약 576조 원)를 각각 유치했다. 둘 다 AI 산업 내 대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들은 향후 AI 기술의 인프라와 응용 분야 양면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요 벤처 투자자들은 2026년에도 벤처 자금이 증가할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인사이트 파트너스의 매튜 매니징 디렉터는 벤처 투자금이 2025년보다 약 10%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고, 멘로벤처스(Tim Tully)는 약 25%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거대 펀드들이 자금력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투자 라운드 자체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파이어벤처스의 파트너 안더스 라눔도 "10~15% 상승이 가능하다"며 낙관적 전망을 보였다.
올해 벤처투자의 질적 패턴도 뚜렷하게 달라질 조짐이다. 투자자들은 특히 AI 인프라, 국방 기술, 의료 AI 같은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팀 털리는 "2026년은 센서, 배터리 등 하드웨어 비용이 낮아지고 AI의 물리적 구현력이 커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여 온 수직형 SaaS나 암호화폐 같은 분야는 관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라눔은 "수요는 정체되었지만 기술력과 시장성과 결합된 AI 분야는 여전히 자본을 끌어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 세계의 진입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대규모 시드 및 시리즈A 라운드보다는, 대형 성장 라운드로의 자금 집중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AI 네이티브 기업이나 산업에 깊이 통합된 수직형 AI 솔루션들이 메가 라운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중소 펀드들은 조기 투자 혹은 소규모 참여 전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도 뒤따른다.
유니콘 배출과 IPO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고성장 AI 기업들이 높은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상장 시장이 지난해보다 활기를 띨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일부는 여전히 M&A나 이차시장 중심의 유동성 확보 전략이 우세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메가 트렌드인 AI 성장세에 따른 대규모 인수합병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리하자면 2026년은 AI 산업의 구조적 전환기이자 벤처 캐피털의 진화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단지 기술 트렌드에 올라탔다고 투자받는 시대는 끝났으며, 수익성과 효율성, 기술적 경쟁우위라는 근본 요소가 자금을 끌어들이는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벤처 시장 내 선택과 집중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