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트위터(현 X)는 단순한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다. 그곳은 시세가 만들어지고, 유행이 탄생하며, 숭배와 조롱이 교차하는 '제1의 여론 광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광장의 문이 닫히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강압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발단은 한국의 유명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인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와 X의 임원 간의 설전이었다. 주 대표가 "X가 봇(자동 프로그램)은 잡지 않고 정당한 암호화폐 관련 게시물의 노출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자, X의 제품 총괄 임원은 이렇게 쏘아붙였다. "스팸 봇 때문이 아니다.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이 의미 없는 인사(GM)나 밈(Meme·인터넷 유행어)만 반복하며 스스로 점수를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This is why "crypto" posts are getting banned by the X algorithm. Bots generated 7,754,367 posts yesterday, up 1,224%. pic.twitter.com/xhnlhE1V8D
— Ki Young Ju (@ki_young_ju) January 10, 2026
이 짧은 논쟁은 암호화폐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립토 트위터'의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철저히 '익명성'과 '군중심리'에 기생해 왔다. 얼굴 없는 캐릭터 뒤에 숨어 서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바람을 잡고, 의미 없는 댓글을 달아 조회수를 조작하는 '인게이지먼트 파밍(Engagement Farming)'이 판을 쳤다. 실체 없는 소음이 모여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이 다시 가격을 올리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X가 암호화폐 관련 게시물의 노출 빈도를 70% 가까이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이런 '가짜 놀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단순한 알고리즘 변경이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 붕괴'가 시스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제 '익명의 아바타'들이 온라인에서 떠드는 것으로 돈을 벌던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시장의 중심축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익명으로 서로를 선동하던 트위터가 쇠락하는 동안, 실명을 걸고 비즈니스를 논하는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전문가 네트워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곳에는 익명의 선동꾼 대신 ▲실체가 있는 기업 ▲책임지는 경영자 ▲진짜 자본을 쥔 투자자들이 모인다.
이것은 시장이 '도박판'에서 '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필연적인 진통이다. 진짜 비즈니스는 가면 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뢰(Trust)와 신원(Identity), 그리고 명확한 책임 소재가 있어야만 진짜 돈이 움직인다. '도파민'에 취해 차트만 바라보던 투자 방식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투자자들도 깨달아야 한다. 얼굴 없는 전문가가 외치는 '대박 정보'는 이제 알고리즘조차 걸러내는 스팸일 뿐이다. 익명성 뒤에 숨은 가짜 권위가 아니라, 실명을 건 전문가들의 '진짜 신호(Signal)'를 가려낼 눈을 가져야 할 때다. 트위터의 몰락은 곧, 암호화폐 시장에도 '실명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