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공포 장세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소유권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소매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지만, 거대 기관 투자자들은 오히려 흔들림 없이 자산을 매집하며 디파이(DeFi) 생태계로 직접 뛰어드는 양상이다.
토큰포스트 리서치가 2026년 2월 20일 발표한 보고서 '공포와 펀더멘털이 엇갈릴 때'에 따르면,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단순한 투기 위주의 장에서 인프라 주도의 장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극단적 공포 속 견고한 기관 자금… "진짜 돈은 남았다"
현재 비트코인 공포 탐욕 지수는 역사적 최저점 수준인 '5'를 기록하며 시장이 완전한 공황 상태에 빠졌음을 시사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약 50% 폭락했으며, 현물 ETF에서는 5주 연속으로 약 39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이 유출되었다.
그러나 단기 투기 자금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장기 투자 펀더멘털은 굳건하다. 비트코인 전체 시가총액 대비 현물 ETF의 운용자산(AUM) 비율은 6.3%를 기록하고 있다. 최고점 당시의 7.0%에서 불과 0.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남아있는 기관 자금이 장기 포트폴리오 성격의 매우 '끈끈한' 자본임을 입증한다. 기관들은 현재 자산 가치가 펀더멘털 대비 크게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해 하락장 속에서도 매집을 이어가고 있다.
'네오파이낸스'의 부상: 디파이로 직행하는 전통 금융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거대 전통 금융사들의 직접적인 디파이(DeFi) 생태계 참여다. 보고서는 이를 '네오파이낸스(Neo-finance)' 현상으로 명명했다.
- 블랙록(BlackRock)은 유니스왑(Uniswap)과 연계하여 움직이고 있다.
- 아폴로(Apollo)는 디파이 랜딩 프로토콜인 모포(Morpho)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디파이를 채택하는 이유는 '효율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24시간 즉각 결제 시스템은 중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으며, 올해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실질 수익률은 다른 벤치마크를 압도하고 있다.
전통 핀테크를 압도하는 '단위 경제성'과 스케일링 속도
암호화폐 플랫폼의 전체 고객 잔고 규모는 아직 전통 네오뱅크(중앙값 약 32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사용자당 수익을 나타내는 '단위 경제성'은 소파이(SoFi), 차임(Chime), 레볼루트(Revolut) 등 글로벌 거대 핀테크 기업과 맞먹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수준이다. 수만 명의 직원을 둔 전통 금융과 달리, 고작 수십 명의 개발자가 코드로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적 우위를 점한 것이다.
수익 창출 속도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연간 수익 1억 달러(약 1300억 원) 달성에 걸린 시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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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OpenAI): 18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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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왑 (Uniswap): 3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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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스왑 (PancakeSwap): 1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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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퀴드 (Hyperliquid): 89일
법인 설립과 라이선스 취득이 필수인 전통 비즈니스와 달리, 메인넷 배포 즉시 글로벌 마켓이 열리는 크립토 생태계 특유의 '데이원(Day 1) 글로벌 스케일링'이 만든 결과다.
진짜 뇌관은 '크립토'가 아닌 '매크로'
역대급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억눌린 핵심 원인은 외부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에 있다. 2026년 1월 첫 FOMC 회의록에서 드러난 연준(Fed)의 매파적 태도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이 주시하는 12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지표가 2.9%로 끈적하게 유지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산산조각 났다. 당초 2026년 말까지 금리가 2.75%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 현재 CME 선물 시장은 6월 이후 고작 총 57bp의 인하만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거시경제의 거대한 압박이 가격을 무자비하게 짓누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디파이 통합 등 구조적인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전통 은행들이 넷플릭스에 밀려 사라진 '블록버스터(Blockbuster)' 비디오 대여점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새로운 무허가성 금융 인프라의 폭발적인 대중화 시점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