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베트남 정부 기관과 손잡고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추진해온 인공지능 전 주기 사업 모델의 첫 해외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
SK는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응에안성 정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국가 인공지능 전략 지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단순한 설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실증, 산업별 맞춤형 서비스 확산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데 있다. 기업이 반도체와 전력, 통신, 서비스 역량을 함께 엮어 사업을 추진하는 이른바 ‘인공지능 풀스택’ 방식이 해외에서 본격 추진되는 첫 사례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우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응에안성 정부와 함께 현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연계 인프라 사업을 공동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응에안성은 베트남 중북부의 항만·물류 기반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에너지, 첨단산업 육성이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써야 하는 산업인 만큼 입지와 전력 조달 능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데,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사업자로 선정된 ‘뀐랍 액화천연가스 발전 프로젝트’와 연계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전용 발전원 구축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를 토대로 데이터센터의 개발·구축·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향후 글로벌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베트남 국가혁신센터와의 협력은 보다 넓은 제도와 생태계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국가혁신센터와 포괄적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에너지 인프라 개발,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제도 기반 마련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현지 인공지능 생태계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과 투자 유치 지원을 맡고, SK이노베이션은 데이터센터와 관련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해법을 제공한다. 국가혁신센터는 제도적 지원과 현지 파트너 발굴을 담당할 예정이다. 2019년 설립된 국가혁신센터는 베트남의 혁신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SK는 설립 당시 3천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협력은 인공지능 산업이 결국 전력과 통신망, 데이터 처리 시설, 응용 서비스가 동시에 갖춰져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디지털 전환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고성능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은 제조업 기반과 젊은 인구, 정부의 기술 육성 의지가 결합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포럼에 앞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공지능이 베트남의 지속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에너지부터 반도체, 인공지능 모델과 응용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역량으로 베트남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 여부와 전력 인프라 확보, 인허가와 제도 지원이 얼마나 속도 있게 맞물리느냐가 사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응에안성 정부도 인허가와 행정 절차, 관계 부처 협의, 인센티브 제공 등 실행 여건 조성을 지원하기로 해, 이번 협력이 구체적 투자와 사업화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 산업을 수출할 때 단순 기술 공급을 넘어 전력과 인프라,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