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할 수 없는 금융 구조가 2008년 금융위기와 FTX 붕괴를 반복적으로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거래를 실행하는 시대로 접어들수록 ‘검증 가능한 금융’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영지식 증명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넥서스(Nexus)가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레이어1을 결합한 구조로 금융 투명성과 실행 효율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금융이 반복한 위기
리서치에 따르면 전통 금융의 핵심 문제는 성능 부족이 아니라 ‘불투명성’이다. 사용자는 시스템이 실제로 어떤 위험을 떠안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고, 시장은 기관의 설명과 공시에 의존해 왔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상업은행들이 대출 부실을 장부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서 재무 상태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였고, 결국 누적된 손실이 한꺼번에 드러나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흔들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FTX 붕괴 역시 고객 자산과 준비금 상태를 시장이 직접 검증할 수 없는 구조에서 발생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이나 거래소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구조적 위험을 해소할 수 없으며, 특히 알고리즘이 거래 판단을 내리는 AI 에이전트 금융 환경에서는 오류가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넥서스가 내세운 ‘검증 가능한 금융’
이 같은 배경에서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넥서스가 제시한 핵심 개념으로 ‘검증 가능한 금융(Verifiable Finance)’을 꼽았다. 이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을 활용해 세부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더라도 특정 조건이 충족된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거래소가 고객 예치금 이상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공개 장부나 일방적 발표에 의존하지 않고, 암호학적 증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런 방식이 단순한 준비금 증명에 그치지 않고 KYC·AML 검증, 자산 분리 보관, 거래 매칭과 라우팅, 손익 계산, 청산 로직 검증 등 금융 스택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넥서스는 영지식 증명을 범용 기술 구호가 아닌, 실제 금융 서비스에 적용되는 구체적 도구로 사용하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확성과 투명성이 곧 자산 안전과 직결되는 금융 영역에서, 기관의 신뢰를 수학적 증명으로 대체하겠다는 접근이다.
레이어1·거래소·스테이블코인을 묶은 ‘트라이펙타’
보고서는 넥서스의 구조적 특징으로 레이어1, 넥서스 익스체인지, USDX를 하나로 묶은 ‘트라이펙타’를 제시했다.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체인, 거래소,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다른 레이어와 프로토콜에 흩어져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넥서스는 이를 단일 환경 안에서 설계해 속도와 유동성, 검증이 같은 기반 위에서 돌아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넥서스 익스체인지에서 거래가 늘어나면 결제 통화인 USDX 수요가 증가하고, 늘어난 유동성은 다시 거래 환경을 두텁게 만들어 거래량 확대를 유도한다. 레이어1은 이 순환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는다. 결국 시스템 전반의 성공 여부는 이 순환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프로토콜에 내장된 넥서스 익스체인지
넥서스 익스체인지는 일반적인 탈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체인 위에 별도 스마트컨트랙트로 얹히는 형태가 아니라 체인 내부에 직접 내장된 구조를 지향한다. 이 경우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하나의 오더북과 유동성을 공유할 수 있어 자본이 분산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동시에 거래 체결 속도도 중앙화 거래소(CEX)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테스트넷에서 알파 버전이 개발 중이며, 향후 이 거래소는 단순한 매매 서비스가 아니라 네트워크 활성화, 기술 레퍼런스, 유동성 유입의 관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보고서는 결국 거래소 경쟁력은 ‘거래량’에서 판가름 나는 만큼, 이미 다수의 강자가 자리 잡은 시장에서 초기 유동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암호화폐 현물과 파생 시장 전반의 거래량이 과거 고점 대비 줄어든 상황에서, 암호화폐 자산만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실물연계자산(RWA)을 얼마나 빠르게 온체인으로 흡수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USDX와 수익 분배 구조의 연결
USDX는 넥서스 생태계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으로, 익스체인지 내 모든 거래의 기본 결제 단위로 설계됐다. 외부 스테이블코인을 브리지로 들여오는 대신 체인 내부에서 직접 발행하고 활용함으로써 거래, 결제, 담보 설정이 단절 없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USDX는 M0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국 국채를 1대1 담보로 삼을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이 담보 상태 역시 암호학적 증명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준비금 증명이 실제 메인넷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현될지는 향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넥서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GYDS(Global Yield Distribution System)와 ‘Yield Streaming’ 구조를 통해 USDX 담보에서 발생하는 미국 국채 이자 수익을 생태계 개발자에게 자동 분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단발성 보조금이 아니라, USDX를 통합한 앱의 TVL과 거래량에 비례해 수익이 흐르도록 설계된 구조다. 거래량 증가가 USDX 수요를 만들고, USDX 수요 증가는 국채 수익 확대로 이어지며, 이 수익이 다시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확대를 자극하는 선순환을 노린 셈이다.
듀얼 코어 구조로 속도와 범용성 동시 추구
넥서스는 검증 가능한 금융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차원에서 ‘듀얼 코어’ 구조를 채택했다. 범용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NexusEVM과, 금융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환경인 NexusCore를 하나의 체인 안에 함께 두는 방식이다.
NexusEVM은 토큰 발행, 거버넌스, 일반 디파이 서비스 등 이더리움(Ethereum) 호환 영역을 담당한다. 반면 NexusCore는 선물, 파생상품, 청산 같은 고빈도·고속 처리가 필요한 금융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기존 블록체인이 안고 있던 범용성과 처리 속도 사이의 상충 관계를 줄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능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세부 사양 역시 메인넷 출시 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설계의 논리성만큼이나 실제 구현 능력이 시장 검증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 시대, ‘검증 가능한 금융’의 가치
보고서는 넥서스의 장기적 기회 요인으로 AI 에이전트 금융의 확산을 제시했다. 사람이 직접 판단하던 거래를 AI 에이전트가 대체하는 환경에서는 다른 시스템이 제공한 데이터를 그대로 입력값으로 활용해 다음 거래가 자동 실행된다. 이 경우 한 지점의 오류가 연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며, 사람처럼 직감적으로 이상 징후를 감지해 멈추는 장치도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래 금융 인프라에서는 거래 결과뿐 아니라 실행 과정 자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논지다. 영지식 증명은 대규모 연산을 오프체인에서 처리하고 증명만 온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속도와 검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메인넷 일정은 당초 목표였던 2026년 1분기에서 2분기로 조정됐으며, 넥서스는 이 시기에 메인넷 출시와 USDX 발행, 넥서스 DEX 본격 가동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넥서스의 아키텍처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초기 유동성과 사용성을 확보해야만 트라이펙타 구조와 ‘검증 가능한 금융’ 비전이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AI 에이전트 거래가 확대될수록 검증 가능한 금융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