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SOL)가 ‘밈코인 체인’의 색채를 벗고 기관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레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솔라나의 첫 번째 제품시장적합성(PMF)은 리테일 투기였지만, 현재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송금, 실물자산토큰화(RWA)를 겨냥한 두 번째 PMF를 구축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관 채택 확대가 곧바로 솔라나(SOL) 토큰 가치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솔라나는 외형상 ‘죽은 체인’과는 거리가 멀다. 2026년 6월 26일 기준 Dune 데이터에서 주간 트랜잭션은 8억4800만 건, 주간 활성 주소는 786만 개, 총예치자산(TVL)은 46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같은 시점 DeFiLlama 기준 솔라나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148억7500만 달러, RWA 활성 시가총액이 18억3000만 달러, 24시간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량이 20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사용량과 유동성만 놓고 보면 네트워크의 기반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장 체감 온도다. 솔라나 생태계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밈코인과 Pump.fun 중심의 초단기 투기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2026년 4월에는 이더리움(ETH)이 약 2년 만에 디앱 매출 점유율에서 솔라나를 앞질렀고, 같은 기간 솔라나 디앱 매출은 13% 감소한 8400만 달러로 줄었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밈코인 거래 수수료 둔화를 지목했다.
Pump.fun 관련 수치도 생태계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2026년 6월 해당 플랫폼의 토큰 런칭 상장률은 약 0.26%까지 하락했고, 솔라나 네트워크 수수료는 1월 대비 약 84% 감소했다. 일일 매출 역시 고점의 수백만 달러 수준에서 6월 초 약 80만 달러까지 내려왔다. 이는 과거 솔라나의 강한 트래픽이 ‘지속 가능한 수요’보다 ‘투기적 집중’에 크게 의존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개발자 지표도 냉정하게 보면 둔화세를 피하지 못했다. Syndica의 2026년 5월 개발자 보고서에 따르면 솔라나 활성 개발자 수는 2025년 5월 고점 대비 29% 줄어 약 1220명으로 감소했다. 월간 활성 저장소는 1400개에서 780개로, 월간 신규 개발자는 550명에서 270명으로 축소됐다. 다만 보고서는 이를 단순한 붕괴보다는 ‘정리’로 해석했다. 전문 개발자 비중이 55%까지 높아졌고, 2026년 5월 개발자 이벤트 수는 약 2만8400건으로 2022년 사이클 고점의 1.7배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솔라나의 첫 번째 성공 방식 자체가 한계이자 전환의 원인이라고 봤다. 빠르고 저렴하며 누구나 손쉽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는 리테일 유입에 최적화돼 있었지만, 반대로 기관 입장에서는 ‘누구나 토큰을 찍고 투기하는 체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은행과 결제사, 송금업체가 원하는 것은 유행보다 규제 대응과 정산 안정성, 운영 책임, 비용 절감이라는 점에서 기존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솔라나의 두 번째 성장 축은 기관, 결제, 스테이블코인, RWA로 수렴하고 있다. 솔라나 재단은 2026년 3월 Solana Developer Platform(SDP)을 출시해 기업과 금융기관이 솔라나 위에서 금융 상품을 구축할 수 있는 API 기반 인프라를 제시했다. 토큰화 예금과 스테이블코인, RWA 발행,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흐름, 온체인 외환(FX) 및 아토믹 스왑 기능이 핵심 모듈이다. 초기 사용 사례로는 마스터카드, 월드페이, 웨스턴유니온이 언급됐다.
결제 분야의 실제 접점도 늘고 있다. 비자(Visa)는 2023년 이미 솔라나와 이더리움(ETH)을 활용한 USDC 정산 파일럿을 진행했고, 월드페이 및 Nuvei와 협력해 파트너 간 수백만 달러 규모의 USDC를 이동시킨 바 있다. 2026년 6월 22일에는 머니그램(MoneyGram)이 SDP 인프라 파트너이자 솔라나 네트워크 활성 검증자로 합류했다. 웨스턴유니온은 솔라나 기반 달러 결제 스테이블코인 USDPT를 선보였고, 월드페이는 Global Dollar Network 참여를 통해 솔라나 네트워크에서 USDG 가맹점 정산이 가능해지는 구조를 제시했다.
RWA 확장도 주목된다.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UIDL은 시큐리타이즈를 통해 솔라나 share class를 개설했다. 발표 시점 BUIDL의 운용자산은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시큐리타이즈는 솔라나 확장의 배경으로 속도와 처리량, 비용 효율성을 들었다. 이는 솔라나가 더 이상 단순한 리테일 체인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토스뱅크는 2026년 6월 19일 솔라나 재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솔라나 기반 스테이블코인 해외송금 개념검증(PoC)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2026년 4월 솔라나 재단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 및 웹3 결제 생태계 확대를 위한 협력을 발표했다. KG이니시스 역시 2026년 6월 22일 글로벌 디지털 자산 결제 모델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스테이블코인의 온라인 결제수단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왜 하필 기관 시장이냐는 질문에 대해 보고서는 ‘돈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밈코인 트래픽은 폭발력이 크지만 지속성이 약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투기 수요를 공급해야 한다. 반면 결제와 송금은 화려하지 않지만 반복적이며 구조적이다. 카드사와 은행, PG사, 송금사는 매일 정산하고 송금하며 비용을 절감할 유인을 갖는다. 이 지점에서 낮은 수수료와 빠른 처리, 높은 처리량을 지닌 솔라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로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관 시장 전체를 솔라나가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에 가깝다고 보고서는 선을 그었다. 증권, 국채, 대형 펀드 지분, 담보 관리처럼 법적 최종성과 보수적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영역에서는 이더리움(ETH)과 기관 지향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경쟁 구도도 뚜렷하다. 이더리움은 보안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한 최종 정산층을 지향하고, 서클의 Arc는 스테이블코인 금융 특화 레이어1으로서 예측 가능한 수수료와 내장 FX 엔진, 1초 미만 최종성을 내세운다. 칸톤 네트워크는 규제형 자본시장 인프라에 가깝고, 아발란체(AVAX)는 허가형 구조와 맞춤형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솔라나의 약점도 남아 있다. 2024년 2월 솔라나 메인넷 베타는 블록 파이널리티가 멈추는 장애를 겪었고, 총 중단 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물론 2026년 6월 26일 기준 최근 90일 메인넷 베타와 RPC 노드 가동률은 100%로 제시됐지만, 기관 고객은 현재 상태보다 과거 장애 이력과 비상 대응 책임 구조를 더 민감하게 본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체인 성능만으로는 부족하며, SDP와 커스터디 파트너, 컴플라이언스 도구, 발행·결제 모듈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솔라나의 현실적인 위치는 ‘기관의 모든 돈을 담는 체인’이 아니라 ‘기관의 빠른 돈을 처리하는 체인’에 가깝다. 송금, 가맹점 정산, 스테이블코인 체크아웃, 소액 반복 결제, 온체인 FX, 리워드 토큰화 같은 영역이 솔라나의 주무대라는 의미다. 토스뱅크, KG이니시스, 월드페이, 웨스턴유니온, 머니그램이 공통적으로 ‘돈의 이동’을 업으로 한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기관 채택 확대가 곧바로 솔라나(SOL) 투자 매력으로 연결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DeFiLlama 기준 솔라나의 24시간 앱 매출은 286만 달러였지만 체인 수익은 5만700달러 수준에 그쳤다. 앱 수수료는 596만 달러, 체인 수수료는 38만1900달러로 집계돼 실제 가치가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파트너 쪽에 더 많이 남는 구조가 드러난다. 솔라나의 장점인 저렴한 수수료가 역으로 토큰 가치 포착에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관 결제 영역에서는 사용자들이 ‘솔라나를 사용한다’는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 이용자는 토스 앱에서 송금하고, KG이니시스 결제창에서 결제를 완료하며, 월드페이 가맹점이 정산을 받는 경험만 하게 된다. 체인은 보이지 않는 백엔드 인프라로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고객 관계는 은행과 결제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커스터디 업체가 가져가고 솔라나는 단지 싸고 빠른 실행 레이어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솔라나의 다음 국면에서 진짜 확인해야 할 지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기관 결제와 송금 트래픽이 실제 메인넷 거래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그 트래픽이 솔라나(SOL) 수수료와 MEV, 스테이킹 수요, 생태계 유동성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그리고 솔라나 기반 앱이 고객 관계를 확보하는지 여부다. 보고서는 “기관이 솔라나를 쓸까”라는 질문에는 이미 일정 부분 답이 나왔다며, 더 중요한 질문은 ‘기관이 솔라나를 쓸 때 솔라나(SOL)은 무엇을 가져가느냐’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