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중동 긴장 고조와 미국의 강경 발언이 겹치면서 4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뉴욕 유가는 장중 한때 배럴당 98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23일 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장보다 2.89달러(3.11%) 오른 배럴당 95.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월물 기준으로는 4월 1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단순한 수급 지표보다 지정학적 위험이 가격을 강하게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어떤 보트든 사격해 격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해군의 승인 없이는 어떤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들 수 없다는 취지의 경고도 내놨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여서, 이 지역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 시장은 곧바로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가격에 반영한다.
이란 내부 사정과 군사 동향도 유가를 더 밀어 올렸다. 이스라엘 매체 N12 뉴스는 이란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받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군부 압박으로 대미 협상 사안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적대적 목표물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망이 다시 가동됐다고 전했고,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방공 미사일 소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란 공격이 준비돼 있으며 미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점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외교보다는 충돌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변동성이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포렉스닷컴의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양측의 외교 협상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도 휴전 연장 언급과 군사 위협이 번갈아 나오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가 실제 충돌로 번질지, 아니면 협상 국면으로 되돌아갈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당분간 국제 유가는 뉴스 한 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