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이 금융·해운망을 넘어 암호자산 거래망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란 리알화가 달러당 202만 리알까지 떨어진 가운데 미 재무부는 이란의 외화 조달 통로를 좁히는 새 제재를 꺼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미 동부시간 24일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대이란 제재를 발표했다. AP통신은 베센트 장관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금융 관계를 끊으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재 대상은 이란 연계 주체 약 60곳이다. 미 재무부는 이들이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사이버 활동, 원유 운송에 관여했다고 지목했다.
조치의 성격은 즉각적인 2차 제재 집행보다 사전 경고에 가깝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 교역 상대국에 방향을 바꿀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을 겨냥할지 묻는 질문에 “누구도 미국 제재의 범위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원유를 돈과 탄압으로 바꾸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다만 어느 국가가 2차 제재 대상이 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 거론했다.
암호자산은 별도의 제재 축으로 다뤄졌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8월 7일 발표문에서 이란 정권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 자금을 세탁하고 국제 금융망 접근을 유지했으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당시 테헤란이 이용한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 2곳과 여러 관할권에 걸친 위장회사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재 대상에는 조지아 소재 SHPS Shelbit, 이란 소재 Aban Tether 등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IRGC 관련 디지털자산 주소가 Shelbit 거래소 주소로 100만 달러(약 14억원) 넘는 자산을 보냈고, Shelbit 주소에서도 IRGC 주소로 200만 달러(약 28억원) 넘는 자산이 이전됐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 도박 네트워크의 디지털자산 수천만 달러 규모가 Shelbit을 통해 세탁됐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같은 발표문에서 “달러든 리알이든 암호화폐든 재무부는 정권을 떠받치는 불법 금융망을 추적하고 해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은행과 해운뿐 아니라 암호자산 이동 경로도 대이란 제재의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제재 압박은 이란 통화시장에도 반영됐다. 이란 리알화는 24일 시장 거래 개시와 함께 달러당 202만 리알까지 떨어졌다. 이란 중앙은행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 리알이지만, 일반 시장에서는 시장 환율이 더 직접적인 기준으로 쓰인다.
리알화 약세는 전쟁 장기화와 물가 부담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전쟁이 시작된 뒤 쌀 가격이 약 60%, 쇠고기 가격이 150% 넘게 올랐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란 국내총생산이 5%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시장에도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을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는 통로다. 전쟁 전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불안이 국제유가를 밀어 올린 흐름을 전한 바 있다.
크립토브리핑(CryptoBriefing)은 예측시장 가격이 미·이란 합의 가능성에 제한적인 움직임만 보였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는 새 제재가 협상 기대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불확실성을 남긴 신호로 읽혔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예측시장 가격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대표단은 24일 이란을 방문해 미국과 이란의 협상 복귀를 독려했다. 오만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논의와 관련해 25일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