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은 아시아 에너지 수급 불안을 키우며 한국의 원유·LNG·정제유 수입 비용에도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전면 봉쇄보다 선박 피격, 예약 제한, 보험 비용 상승이 겹친 물류 위험이 먼저 가격에 반영된 흐름이다.
포천(Fortune)은 3월 5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아시아 각국이 연료 수출을 멈추고 비축분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같은 날 정유사들에 새 연료 수출 계약 중단과 기존 물량 취소를 요청했고, 태국은 3월 1일 석유 수출을 중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시아 에너지 수급의 병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LNG 거래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고, 이 가운데 83%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5년 호르무즈를 지난 LNG의 거의 90%가 아시아행이었다고 밝혔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12일 IEA 공동조치에 따라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 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IEA는 3월 11일 긴급 이사회에서 총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한국 배정분은 전체의 5.6%였다.
비축유 방출은 공급 부족을 단번에 해소하는 조치라기보다 시장 불안을 줄이는 안전판에 가깝다. 수입국은 통상 민간 재고와 정부 비축을 함께 보며, 실제 방출 규모와 시점은 국제 공조와 국내 수급 상황에 맞춰 조정된다.
가격 반응은 원유보다 정제제품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로이터(Reuters)는 3월 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1.01달러, 브렌트유가 85.41달러로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플래츠(Platts)는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31.4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고, 아시아 정제 마진도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원유 가격보다 정제유 가격이 먼저 뛰는 것은 해상 운송과 정제 설비, 재고 배분이 동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항공유와 디젤은 산업·물류 수요와 맞물려 있어 항로 차질이 생기면 현물 조달 비용이 빠르게 움직인다.
물류업계는 운항 위험을 비용에 반영했다. 머스크(Maersk)는 3월 2일 UAE·오만·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일부 노선의 신규 예약을 제한했다. 3월 16일에는 어퍼 걸프(Upper Gulf) 신규 예약을 중단하며 긴급 운임 인상을 적용했다.
COSCO SHIPPING Lines도 3월 4일 관련 노선 신규 예약을 멈췄다. 선사들의 예약 제한은 해협이 완전히 닫혔는지와 별개로, 실제 화주가 체감하는 물류 비용과 납기 위험이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해사청(MARAD)은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오만만을 지나는 상선에 대한 이란 공격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3월 6일 걸프 해상 재보험을 위해 200억 달러(약 27조5600억원) 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전면 봉쇄가 아니더라도 통항 위험이 보험료와 운임으로 옮겨간 셈이다.
다만 ‘호르무즈 폐쇄’라는 표현은 시점별로 나눠 써야 한다. 로이터는 3월 22일 이란이 적대국 연계 선박을 제외하고 통항을 허용한다고 전했고, 3월 31일에는 중국 선박 3척이 조정 끝에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충격은 공급이 완전히 끊긴 사건보다 공급이 늦어지고 비싸진 사건에 가깝다.
국내 시장과의 연결점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입국이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조건은 에너지 수입 비용과 해상 운송 리스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큰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 운영비에 미칠 영향은 실제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 전가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는 해협의 개폐 여부보다 실제 통항 규모와 안전 확보 여부가 중요해졌다. 항로 배정, 선박 안전, 비용 부담, 주변국 협의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국제해사기구(IMO)는 8월 28일 기준 사태를 아직 unresolved로 봤고, 검증된 해상 공격은 최소 70건, 사망한 선원은 19명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3월의 단기 가격 충격을 넘어 해상 안전과 에너지 비용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