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가 미·이란 전쟁으로 고조된 중동 긴장에 ‘최대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란과 미국의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나온 합의다.
공동선언은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첫날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브릭스는 중동·서아시아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이 8월 교전 중단 이후 다시 상호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선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브릭스는 국제 분쟁을 대화·협의·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공동선언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직접 지목해 이란 공격을 규탄하지 않았다. 이란과 UAE가 전쟁에서 서로 다른 편에 서 있고, 정상회의 개최국인 인도도 미국·이스라엘과 안보 협력을 이어가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언에는 민간 기반시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아래 있는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우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공격은 국제법과 관련 IAEA 결의를 위반한다는 취지다.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는 휴전 유지와 인도적 지원의 방해 없는 제공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와 가자지구의 영토·인구 구조 변경에 반대하고, 1967년 국경을 기준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구상도 지지했다.
레바논 문제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레바논 영토에서 철수하고 휴전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시리아의 주권 존중과 포괄적인 시리아 주도 정치 절차도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방적인 관세·비관세 조치가 교역과 공급망을 왜곡하고 세계 경제 발전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제재와 강압적 경제 조치의 폐지도 요구했다.
선언문에는 특정 국가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을 겨냥한 서방의 제재를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선언 자체는 제재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
브릭스는 회원국 간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무역·투자 결제에서 달러 대신 회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이는 브릭스의 탈달러 논의가 공동통화보다 국경 간 결제망 구축에 집중돼 왔다는 본지의 분석과 맞닿아 있다.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은 각국의 기존 결제 인프라를 연결해 회원국 통화 거래를 늘리는 구상이다. 앞서 인도는 브릭스 공동통화보다 국가별 통화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결제 연계를 제안했다.
가상자산이나 비트코인(BTC)을 공식 결제수단으로 채택하는 내용은 공동선언에 담기지 않았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과 안정적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석연료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각국 사정에 맞는 질서 있고 공정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지했다.
AP는 이번 합의가 이란·사우디아라비아·UAE처럼 지역 현안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진 점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브릭스는 다음 정상회의를 중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