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며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 지수는 이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요 지수들인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0.7%, 1.5% 상승했지만, 다우는 0.5%가량 빠지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이례적인 등락 차이는 다우 지수의 *구조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의 원인은 다우지수의 구성 종목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최고경영자(CEO)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와 함께 연간 실적 가이던스 철회 소식이 전해지며 15% 이상 급락했다. 이는 의료비 지출 증가라는 불확실성이 감지된 데 따른 것으로,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헬스케어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시가총액이 아닌 주가 수준에 따라 각 종목의 기여도가 결정되는 ‘*주가 가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같은 종목이더라도 주가가 높을수록 지수에 주는 영향이 커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규모로는 거대한 애플(AAPL)이 다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반면, 1주당 가격이 높은 기업은 단일 종목만으로 지수를 좌우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다우 내에서 세 번째로 주가가 높아, 이날 단독으로 약 370포인트의 하락을 유발하며 다우지수 전반을 끌어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지난달 실적 부진으로 22% 주가가 폭락하며, 다우지수에 큰 타격을 안긴 바 있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실적 저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강하게 반영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당시 하락률은 1998년 이후 최대였다.
결국 이번 사례는 다우지수의 고유한 산정 방식이 때론 전체 시장 분위기와 동떨어진 흐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같은 날 상승세를 보인 S&P 500과 나스닥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해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가 충격 한 종목의 영향력이 컸던 이번 사례는 투자자들에게 지수 구성 방식의 차이가 실제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