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35% 관세 발표 이후 경계 심리가 커지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전날 세운 사상 최고치에서 0.3% 내렸고, 나스닥은 0.2%, 다우지수는 0.6%가량 떨어지며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양국 간 무역 마찰 재점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특히 캐나다에 사업 기반이 있는 일부 종목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데이포스(DAY)는 캐나다 정부와의 신규 계약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5.2% 하락했다. 본사 일부가 토론토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관세 부과가 실적 불확실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날 S&P500 지수 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종목은 페이팔(PYPL)이었다. 페이팔 주가는 5.7% 급락하며 주요 지수 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JPM)가 핀테크 기업들에 고객 데이터 접근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정보에 과금이 적용되면, 페이팔을 비롯한 핀테크 사업자 전반의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항공사와 카지노 업체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전날 실적 호조로 급등했던 유나이티드항공(UAL)은 4.3% 하락했고, 시저스 엔터테인먼트(CZR)는 인디애나·아이오와 주의 게임 수익 감소 보고 이후 4.7% 떨어졌다. 미국 내 소비활동 둔화와 경쟁 심화가 실적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유시장 강세의 수혜를 입은 유정 서비스업체는 상승세를 보였다. 할리버튼(HAL)은 4.2% 급등하며 S&P500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TD 코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것이 주가 흐름을 지지했다. 베이커휴즈(BKR) 역시 유가 상승 기대 속에 2.5% 올랐다.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 하인즈(KHC)는 구조조정 기대감에 2.5% 상승했다. 이 회사가 식료품 부문 일부를 분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전날 라이벌 WK켈로그(KLG)가 이탈리아 제과 기업 페레로에 인수됐다는 소식도 관련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 초반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훈풍을 탔던 것과 달리, 미중 무역갈등이 재차 고조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정책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에 대해서도 50% 관세를 예고하는 등 연이은 보호무역 강화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점차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금융시장 전반에 변동성을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에 시작될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