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과 미국발 기술주 하락 여파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또다시 하락 압력에 놓였다. 8월 20일 코스피는 최근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와 글로벌 기술주 급락 영향으로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1% 하락한 3,150대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이는 주말 사이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회담 재개 움직임과 세제 개편 관련 논란 등 복합적인 대외 요인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도 총 4,54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넘기며 5.9원 오른 것도 외국인 자금을 시장에 묶어두기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증시 부진은 국내 시장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AI) 산업에 과열 조짐이 있다는 이른바 ‘AI 거품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미국 나스닥지수가 1.46% 하락했다. 오픈AI의 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AI 거품 가능성을 언급하고, 중국 정부가 외국산 반도체 사용을 제한하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관련 기업들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중국향 AI 칩 가격 인상 검토 소식까지 겹쳐 3.5% 하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8% 밀려났다.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기술주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상승세를 반납하고 전일과 같은 7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68%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의 계약 과정을 두고 ‘굴욕 계약’ 우려가 제기되면서 원전 관련 종목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시장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는 21일 새벽에 공개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과 22일 열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 꼽힌다. 특히 이번 FOMC 의사록에서는 금리 결정의 배경과 연준 내 위원들 간 견해차, 일부 인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담길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대주주 요건 변경’ 등 주식 양도세와 관련된 세제 개편 이슈 역시 주목받고 있다. 세법이 바뀔 경우, 시장에 미칠 수 있는 투자 행태나 수급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 증시 내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 통화정책 전환의 신호가 명확해질 경우, 국내 증시의 반등 여력 또한 다시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