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충격으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21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넘어서며, 지정학적 불안에 크게 흔들렸던 국내 증시가 빠르게 회복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1일 오전 10시 36분 기준 전장보다 129.21포인트(2.08%) 오른 6,348.30을 기록했다. 이는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세웠던 장중 최고치 6,347.41를 넘어선 수치다. 지수는 1.34% 오른 6,302.54로 출발한 뒤 한때 6,361.17까지 오르며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종가 기준 최고치인 6,307.27(2월 26일)도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날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천569억원, 3천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도했고, 개인은 1조2천295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코스피는 2월 25일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한 직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과 이란의 보복,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락세에 빠졌다. 전쟁 발발 후 첫 거래일인 3월 3일 452.22포인트(7.24%), 다음 날인 4일에는 698.37포인트(12.06%) 떨어지며 단 2거래일 만에 5,093.54까지 밀렸다. 낙폭과 하락률 모두 역대 최대였다. 당시에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인 사이드카와 거래를 20분간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는 80.85까지 치솟았다.
충격이 더 컸던 이유는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3월 한 달 동안 19.08% 떨어져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후 시장은 전쟁 상황, 국제유가 흐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갔다. 3월 초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는 모두 17차례 발동됐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3월 9일에는 서킷브레이커도 다시 작동했다. 한 달에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계기는 미국과 이란이 4월 8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이후다. 전면전 확산 우려가 누그러지자 글로벌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살아났다. 지난 1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126.06으로 마감해 처음으로 7,100선 위에 올라섰고,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 불안을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35를 넘었지만 현재 18.87까지 낮아졌다. 미국 CNN의 공포와 탐욕 지수도 지난달 말 ‘극단적 공포’ 구간인 14에서 현재 70으로 올라 ‘탐욕’ 구간에 진입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전쟁 자체보다 이후의 회복 가능성과 유동성 흐름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등을 단순한 기술적 회복이 아니라 외국인 자금 흐름 변화와 연결해 해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코스피에서 35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4월 들어 4조원대 순매수로 돌아섰고, 매수 대상도 반도체뿐 아니라 비반도체 업종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이더블유와이(EWY) 상장지수펀드에 2억4천만달러가 순유입됐고, 미국에 상장된 디램(DRAM) 상장지수펀드에도 대규모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휴전 시한을 앞두고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변수는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전쟁이 추가 확산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해,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