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식 투자에 빚을 내서 참여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늘었고, 그 결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6천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본다. 이 잔고는 지난 23일 처음으로 35조원을 넘어선 뒤 더 늘었고, 지난 10일부터 1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만 2조7천억원이 불어난 셈이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24조8천116억원으로 전날보다 1천600억원 늘었고, 코스닥시장 잔고는 10조8천78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최근 빚투 확대는 코스피 강세와 맞물려 있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88포인트(0.75%) 오른 6,690.90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고, 코스닥은 4.68포인트(0.39%) 오른 1,220.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5.4원 오른 1,479.0원이었다. 통상 신용거래융자는 주가 상승 기대가 강할수록 늘어나는데, 코스피가 7,000선까지 거론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자의 차입 수요도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잔고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은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9일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됐다며 신용융자와 증권담보융자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과 건전성 규제를 고려해 정해지는 일종의 대출 여력인데, 시장이 과열되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KB증권도 이날부터 신용융자 한도를 일시 제한해 신용잔고가 5억원 이내일 때만 매매가 가능하도록 했고, 5억원을 넘으면 신용매수를 막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30일 오전 8시부터 일반형·투자형·대주형을 포함한 신용거래 신규 약정을 영업점과 온라인 전 채널에서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문을 다시 좁히는 것은 시장 상승 국면에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빌린 돈을 활용해 수익을 키우는 투자 방식)가 한꺼번에 쌓일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신용투자가 수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되지만, 반대로 조정장이 오면 반대매매(담보 부족으로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가 늘어 하락폭을 키울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증시 강세와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신용잔고가 이미 역사적 고점에 올라선 만큼 향후 시장은 상승세뿐 아니라 과열에 따른 되돌림 위험도 함께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