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상장사가 처음으로 400곳을 넘어서면서, 주가 상승 흐름이 개별 종목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상장사 수는 우선주를 포함해 모두 405곳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가 267곳으로 가장 많았고, 코스닥은 137곳, 코넥스는 1곳이었다.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이른바 ‘10조 클럽’도 79곳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이란 공격 개시 직전이던 2월 27일의 1조 클럽 377곳, 10조 클럽 78곳 수준을 회복한 데서 더 나아가, 오히려 이를 웃도는 규모다.
이번 기록은 단순히 지수만 오른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몸집이 커졌다는 의미가 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이를 상쇄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6천조원을 넘어섰다. 1조 클럽 증가 속도도 최근 들어 뚜렷하게 빨라졌다. 2015년 5월 20일 201곳으로 처음 200곳을 넘긴 뒤 2025년 7월 16일 302곳으로 300선을 돌파했는데, 이후 약 9개월 만에 400곳을 넘겼다. 대형주 중심의 상승이 중형주와 일부 성장주로까지 번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약 1천289조원으로 가장 컸고, SK하이닉스가 약 917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전자우 약 127조원, SK스퀘어 약 111조원, 현대차 약 109조원, LG에너지솔루션 약 108조원, 두산에너빌리티 약 81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73조원, HD현대중공업 약 72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약 68조원 순이었다. 1조 클럽 하단에는 한국금융지주우가 약 1조82억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유진로봇과 원익큐엔씨, 세아제강지주, 채비 등은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는 시장이 단기 급등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1조 클럽 상장사 수가 398곳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10조 클럽은 80곳으로 1곳 늘었다.
증권가는 당분간 시장의 핵심 변수로 지정학 이슈보다 실적을 더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4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나 미-이란 협상보다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가 더 중요한 재료가 됐다고 분석했다. 메타를 제외한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 주가가 실적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주의 이익 전망치 상향 기대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기업 실적에 근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선행 주당순이익(EPS·주식 1주당 예상 이익)이 꺾이기 전까지 상승 추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시장 기대와 실제 성적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기 과열을 식히는 조정과 매물 소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대심리의 후퇴에 따라 지수와 종목별 변동성이 함께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