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4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재확산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최근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던 증시가 지정학적 위험과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57.37포인트(1.13%) 내린 48,941.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35포인트(0.41%) 하락한 7,200.77, 나스닥 종합지수는 46.64포인트(0.19%) 내린 25,067.80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시장은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왔지만, 이날은 중동발 악재가 투자심리를 눌렀다.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있다. 미국은 이날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의 이동을 지원하는 이른바 해방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이란 측 무기와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도 미 해군 함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에서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UAE 국영 석유회사 소유 유조선이 공격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관련 선박에서도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이란 휴전이 시작된 뒤 한 달 만에 UAE에서 다시 공격이 발생하면서, 휴전이 완전히 안정된 국면은 아니라는 점이 시장에 다시 각인됐다.
금융시장은 특히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이 불안해지면 국제유가가 빠르게 뛴다. 실제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5.80% 오른 배럴당 114.44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 선물은 4.39% 상승한 배럴당 106.42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가 함께 올라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데, 이런 우려는 곧바로 채권시장에도 반영됐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6bp(1bp=0.01%포인트) 오른 5.03%, 10년 만기 금리는 7bp 상승한 4.45%, 2년 만기 금리는 8bp 오른 3.96%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하며, 시장이 향후 물가와 금리 부담을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자산별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1.5%, 1.3% 올라 8만65.63달러, 2천360.6달러에 거래됐고,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천515.32달러로 2.1%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해석도 나뉘었다. 베어드 프라이빗 자산관리의 로스 메이필드는 증시가 이미 사상 최고치 부근에 올라와 있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봤고,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의미 있는 외부 충격이 더 커지지 않는다면 상승 흐름 자체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향후 시장의 방향은 중동 지역 충돌이 일시적 긴장에 그칠지, 아니면 원유 공급과 물가를 본격적으로 흔드는 장기 변수로 번질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