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6년 4월 다시 높아지면서, 한동안 진정되는 듯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4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를 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4%로 집계됐다. 이는 3월의 30.9%보다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월별 흐름으로 보면 물가 오름세가 다시 가팔라졌다는 뜻이다. 상승률이 이렇게 뚜렷하게 반등한 것은 2024년 5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률은 75.5%까지 치솟으며 서민 생활과 기업 비용에 큰 부담을 준 바 있다.
튀르키예는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5%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고물가를 겪었다. 이후 당국은 강한 통화 긴축 정책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고 물가 기대심리(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상)를 낮추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상승률이 30% 초반대로 내려오면서, 장기적으로는 한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물가가 안정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회복되고, 기업도 가격 결정과 투자 계획을 세우기 쉬워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변수가 다시 물가를 흔들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가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그 영향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튀르키예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원유 가격 상승은 연료비와 전기요금,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물가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경로가 튀르키예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현재 37.0%인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향을 검토해 왔지만, 최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다. 중앙은행은 중동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경기 부담은 덜 수 있지만, 물가가 다시 흔들리는 시기에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따라 튀르키예의 물가와 금리 경로도 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