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퇴출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손질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더 빨리 높이고, 주가 1천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를 새 상장폐지 요건에 넣으면서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신속히 걸러내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5월 13일 정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네 가지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요건 신설과 우회 방지 장치 도입,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요건 추가, 공시 위반 기준 강화다. 그동안은 상장 유지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이 시장에 오래 남아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우선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화된다. 애초 매년 올릴 계획이던 기준을 매반기 단위로 앞당겨 올해 7월 1일과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세부 적용 방식도 손봤다. 지금까지는 관리종목 지정 뒤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과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넘지 못하면 상장폐지되는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연속 45거래일 기준으로 바뀐다. 금융당국은 일부 기업이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퇴출을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기준을 더 까다롭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종목을 겨냥한 동전주 요건도 새로 들어간다. 주가가 1천원 미만 상태로 3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여기에 주식병합이나 감자처럼 발행주식 수를 줄여 기준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지 못하도록 우회 방지 조치도 함께 마련됐다. 최근 1년 안에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한 기업은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뒤 90거래일 동안 추가적인 주식병합·감자를 할 수 없고, 같은 기간 10대 1을 초과하는 과도한 병합·감자도 금지된다. 동전주 요건과 강화된 공시 위반 기준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공시 위반과 자본잠식에 대한 잣대도 더 엄격해진다. 공시 위반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기준은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진다. 특히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은 한 차례만 발생해도 벌점 수준과 관계없이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또 지금까지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사유였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추가된다. 다만 연말 기준은 별도 심사 없이 상장폐지가 가능하지만, 반기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등을 따지는 실질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이 기준은 다음 달 1일 이후 반기 말이 도래하는 법인부터 적용돼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실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상장 유지의 문턱을 높여 시장 전반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한계기업의 퇴출이 빨라지면서 투자자들의 종목 선별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