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일 장 초반 9% 가까이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최근 급등세를 이끌던 반도체주 조정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국내 증시 충격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9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554.65포인트(6.80%) 내린 7,605.94를 나타냈다. 지수는 8,048.09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워 장중 한때 7,442.73까지 밀렸다. 이달 2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 8,933.62와 비교하면 불과 3거래일 만에 16.69% 하락한 셈이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3분 42초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매매가 중단됐고, 거래 재개 뒤에도 코스피200 선물지수 급락이 이어지면서 오전 9시 34분 45초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도 6%대 하락세를 보이며 1,000선을 밑돌았다.
이번 급락의 출발점은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이다. 지난주 브로드컴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미국 노동부가 현지시간 6월 5일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7만2천명 늘어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란 전쟁과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고용까지 견조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 즉 연준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온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둔화할 수 있고, 이는 반도체 수요 기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 지난 5일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 전반도 같은 충격권에 들어갔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4.41%, 4.97%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도 1.82% 하락했다. 한국 시장은 4월 초 이후 지난주까지 코스피가 60% 넘게 오를 정도로 상승 속도가 빨랐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된 상태였다. 다시 말해 상승을 주도한 업종과 종목이 뚜렷했던 만큼, 반도체 투자심리가 흔들리자 지수 전체가 더 큰 폭으로 밀리는 구조였던 셈이다.
외국인 매도와 환율 급등도 하락 압력을 키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직후인 지난달 7일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모두 70조2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가가 크게 오른 뒤 차익실현에 나선 흐름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외화가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약해지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른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1천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손 우려를 키워 추가 매도를 부를 수 있어, 주가 하락과 자금 유출, 환율 상승이 서로 맞물리는 악순환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장기 추세 훼손보다는 단기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코스피 7,0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즉 앞으로 1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 계산한 밸류에이션 지표가 6.71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저점인 6.27배 이후 가장 낮은 구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10일과 11일 발표되는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향후 흐름을 가를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지표가 예상에 부합하거나 낮게 나오면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며 증시가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 압력이 확인되면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즉 에프오엠시 전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6월 후반 2분기 실적 전망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 코스피 저평가 매력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