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제 ETF가 단순한 간접투자 상품을 넘어 개인 투자자의 핵심 매매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보고서에서 국내 주식시장 내 ETF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6% 수준이지만, 거래대금 기준 비중은 30%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시가총액은 시장에 상장된 ETF의 전체 규모를 뜻하고, 거래대금은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사고팔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규모 자체보다 거래 비중이 훨씬 높다는 것은 ETF가 보유 대상인 동시에 매우 빈번하게 활용되는 거래 도구가 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변화의 중심에는 개인 투자자가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개인이 ETF를 55조원 순매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자금 유입의 배경으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연금 성격의 자금이 ETF 시장으로 들어온 점을 꼽았다. 퇴직연금 계좌를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개별 종목보다 분산투자가 쉽고 운용 방식이 비교적 단순한 ETF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ETF 거래가 늘어난 것은 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염 연구원은 거래 비중 확대와 함께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NAV·펀드가 실제로 담고 있는 자산 가치)보다 낮게 형성되는 이른바 할인 거래 현상이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거래가 활발할수록 매수자와 매도자가 더 쉽게 만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므로, 시장 효율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 선호가 특정 업종에 쏠리는 현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최근 10거래일 평균 괴리율을 보면 반도체 업종 ETF는 높은 수준을 나타낸 반면, 코스닥과 고배당주 관련 상품은 음의 괴리율이 크게 나타났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의 차이를 말하는데, 이 수치가 크면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싸게 또는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염 연구원은 괴리율이 기업의 기초 체력보다는 투자자 선호와 더 밀접하게 움직인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반도체 업종에 강한 선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ETF 시장 확대는 국내 증시의 거래 방식이 개별 종목 중심에서 상품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연금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경우 ETF의 시장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특정 테마나 업종으로 자금이 집중되면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거래 활발화에 따른 효율성 개선과 쏠림 심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