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23일 큰 폭으로 밀리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다시 90선에 바짝 다가섰다. 주가 하락 자체보다도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크게 흔들릴지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다시 높아진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VKOSPI는 장중 한때 89.69까지 오르며 90선에 근접했다. 오전 11시 14분 기준으로는 전날보다 0.48% 내린 86.94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같은 시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4%대 급락세를 보였고, 급격한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장중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변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 동안 시장이 어느 정도 흔들릴지를 연율 기준으로 계산한 지표다. 옵션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래의 주가 변동 위험을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90포인트라는 것은 연간 변동성이 90% 수준으로 반영됐다는 뜻이며, 이를 통상적인 252거래일 기준의 하루 변동성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 약 플러스마이너스 5.7% 정도 움직일 수 있다고 시장이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지수는 흔히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린다.
최근 흐름을 보면 시장의 긴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더 분명해진다. VKOSPI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5일 장중 83.58까지 올랐다가 4월 14일에는 46.54까지 낮아지며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한때 8%대 급등락을 보이자 변동성 지수도 다시 치솟았다. 지난 9일에는 91.23으로 마감해 90선을 넘어섰고, 이후 6거래일 연속 80선을 웃돌았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94.25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79.65로 잠시 내려왔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에도 장중 90.60을 찍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수급 구조의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달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진 데다, 지난달 27일 처음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가 자금 쏠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증시에 대해 매매 회전율 급등으로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크게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회전율이 높을 때 200%에 가까웠다며,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를 냈는데도 과열이 식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대형주에 거래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SK하이닉스는 5.38%, 삼성전자는 4.67% 하락 중이었지만, 코스피 내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27.56%, 27.59%로 합쳐 55%를 넘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 종목이 시가총액 1위를 놓고 주도권 경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업종이나 코스닥 시장의 수급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자금 유출입 규모가 커 구조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고, 자산운용사가 이에 맞춰 선물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선물시장 불안이 현물시장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대외 변수와 국내 수급 쏠림이 함께 이어질 경우 쉽게 진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변동성 관리가 시장의 핵심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