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23일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 속에 나란히 12% 넘게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표주의 변동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2.47% 내린 255만5천원에, 삼성전자는 12.31% 하락한 3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일간 하락률은 2008년 12월 24일 이후 17년 6개월 만에 가장 컸고, 삼성전자도 2008년 10월 24일 이후 17년 8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두 종목 모두 장 초반에는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매도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결국 장중 저가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번 급락은 간밤 미국 증시의 엇갈린 흐름과 맞물려, 그동안 많이 오른 반도체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주가 상승 뒤 이익을 확정하려는 매도)이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29%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0.37%, 나스닥 종합지수는 1.33% 내렸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4% 상승해, 미국 반도체 업종의 흐름과 국내 대형 반도체주의 주가 움직임이 이날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별 종목 주가를 좌우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천691억원, 기관은 4조5천49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개인은 8조5천91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외국인이 3조2천555억원, 기관이 4조542억원을 순매도해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반면 개인은 같은 업종에서 7조2천45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하락 국면에서 물량을 받아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가 한꺼번에 흔들리면 코스피 전체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시가총액 순위 경쟁도 장중 크게 흔들렸다. 전날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을 넘어섰던 SK하이닉스는 이날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오전 10시 58분께에는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이 일시적으로 더 커지며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다만 장 마감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천820조9천545억원으로 코스피 1위를 유지했고, 삼성전자 보통주는 1천812조3천46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선주까지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앞선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외국인 자금의 방향과 반도체 업황 기대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당분간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 등락폭이 커질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