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등록서 수정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다시 내면서 상장 절차를 한 단계 더 진행했다. 다만 실제 공모 규모를 가늠할 핵심 조건들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아, 시장은 형식적 신청 완료보다 최종 가격과 발행 물량이 언제 공개될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회사는 2026년 6월 30일 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외국기업용 상장 등록서인 폼 에프-1 수정본을 제출했다. 앞서 6월 24일 이사회에서는 신주 최대 1천779만주를 미국주식예탁증서, 즉 에이디에스 형태로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0% 규모다. 공모 규모는 294억7천만달러, 우리 돈 약 45조4천500억원으로 제시됐지만, 이는 잠정 수치 성격이 강하다.
이번 수정 제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공모가와 에이디에스 발행 물량, 보통주를 에이디에스로 바꾸는 환산 비율 같은 핵심 조건이 아직 비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 상장 절차에서는 이런 조건이 통상 상장 막바지 수요예측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정해진다. 등록서에도 공모가는 SK하이닉스와 주관사가 최근 거래가격과 시장 여건을 함께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고 적시됐다. 다시 말해 현재 단계는 상장 추진 의지를 공식화한 수준이지, 투자자들이 실제로 얼마에 어떤 조건으로 청약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셈이다.
수정본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소송 관련 위험요인이다. 등록서에는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범용 디램 간접구매자들이 제기한 반독점 집단소송이 반영됐다. 미국 소비자 14명과 중소 피시 제조업체 3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맥북과 아이패드 같은 정보기술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장 심사 과정에서는 이런 법적 분쟁 가능성을 투자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보기 때문에, 회사가 위험요인 항목에 이를 포함한 것은 통상적인 공시 절차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등록서에서 자사 시장 지배력도 함께 부각했다. 회사는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 집계를 인용해 2026년 1분기 기준 고대역폭메모리, 즉 에이치비엠 시장 점유율이 56.4%로 세계 1위라고 밝혔다. 에이치비엠을 포함한 전체 디램 시장에서는 점유율 29.1%로 2위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에이치비엠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상황에서, 이런 경쟁력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상장 매력을 설명하는 핵심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최종 공모 조건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와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