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이 미국 반도체주 전반의 약세 속에서도 국내 본주보다 약 25%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향후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은 17일 전장보다 1.13% 오른 154.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예탁증서(ADR)는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이고, 미국예탁주식(ADS)은 이에 연계돼 실제로 거래되는 단위를 말한다. 이 종목은 하루 전인 16일 13.69% 급락한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한때 167.3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새로 상장한 종목에 단기 자금이 몰리고, 옵션 거래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형성된 높은 프리미엄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149달러를 웃돌았고, 지난 14일에는 193.92달러까지 치솟으며 국내 본주 대비 51% 높은 수준까지 벌어졌다. 17일 종가 기준으로도 국내 본주 184만2천원과 비교하면 24.60%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 일반적으로 같은 기업 주식이 두 시장에서 거래될 때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결국 한쪽이 이를 따라가는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이번 경우는 미국 시장이 더 높은 값을 매긴 셈이다. 이른바 ‘역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대만 TSMC 사례를 들어, 미국예탁주식 프리미엄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본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SMC도 미국 상장 주식의 프리미엄이 20~25%를 웃돌면 본주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국내 시장에서는 본주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고, 이는 최근 반도체 고점론과 수급 불안으로 흔들린 주가를 지지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예탁주식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직후인 15일 SK하이닉스 본주는 장중 13.49% 급등하며 격차를 좁히려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상장 이후 첫 월간 옵션 만기 과정에서 단기 만기 콜옵션 거래가 집중되며 내재변동성이 172% 수준까지 치솟았고, 이 수급 변화가 주가 급등락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 후반에는 상승폭이 상당 부분 줄었다. 그럼에도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하며, 2027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반영하면 관련 종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이 국내 본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투자심리 전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