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국내 증시의 큰 폭 하락과 관련해 한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가 급변이 세계적인 반도체·인공지능 관련 불확실성의 영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한국 시장 내부의 특성이 충격을 더 크게 증폭시키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2∼3개월 동안 나타난 증시 흔들림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을 둘러싸고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고, 이 논쟁이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의 등락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비가 기업 실적으로 얼마나 연결될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변수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됐다. 중국 최대 디램 업체 창신메모리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과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 노광장비 개발 소식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할 수 있다. 김 실장은 이런 흐름이 과거 이른바 딥시크 쇼크와 비슷한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양강 체제가 앞으로도 충분히 우위를 지킬 수 있는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질문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김 실장은 이런 대외 변수와 별개로 한국 증시가 유독 출렁임이 큰 시장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10 정도의 변화가 생기면 한국에서는 20∼30으로 확대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으로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즉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몇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의 영향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파생상품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 개인투자자 중심의 투자자 구성 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변동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책 당국이 이번 점검을 예고한 것은 단기 급락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실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한국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면 투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놨다. 다만 그는 실제 인공지능 수요는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의 추격 역시 한국 기업들에는 더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융당국의 시장 구조 점검과 함께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