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큰 폭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외 투자은행 분석이 나왔다.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과 손실이 함께 확대되는 상품 특성상, 반도체 대형주와 지수 연동 상품에 자금이 몰린 뒤 조정이 이어지면서 손실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는 해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기관투자자 대상 시장 보고서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지난달 22일 525억달러에서 최근 19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나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안팎으로 확대해 추종하는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그만큼 확대돼 변동성이 매우 크다. 아파바이 헤드는 고점 대비 시가총액 감소분 335억달러에 이후 62억달러 규모의 신규 설정 자금까지 반영하면 개인투자자 손실이 약 387억달러, 한화로는 약 56조3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이번 내용은 씨티 리서치팀의 공식 보고서라기보다 주식 트레이딩 부문 전략가의 시장 논평이라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손실이 집중된 기초자산은 국내 대표 반도체주와 지수 상품이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170억달러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105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역시 50억달러 이상 줄었다. 이는 개인 자금이 특정 대형주와 대표 지수에 집중돼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이 반등 기대를 안고 변동성이 큰 상품에 계속 자금을 넣었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길게 흔들리면서 손실이 누적된 구조다.
보고서는 증시의 또 다른 위험 신호로 신용융자 잔액도 짚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를 말하는데,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기에는 반대매매와 손실 확대를 부를 수 있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은 32조7천억원으로 지난달 24일 고점인 38조6천억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연초 이후 쌓인 포지션의 청산은 약 65%만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 씨티 측은 신용융자 잔액과 코스피200지수의 상관관계가 92.2%에 달한다고 봤는데, 이는 증시가 오를 때 빚을 내 투자하는 자금이 늘고, 하락할 때는 이 자금이 시장 하방 압력을 키우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도 대형 반도체주를 계속 사들였다는 점도 주목된다. 개인은 지난달 23일 이후 SK하이닉스를 160억달러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고, 이 기간 매수분에서만 약 57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추정 평균 매수 가격을 228만원으로 제시했고, 현재 손실률은 31.6% 수준으로 분석했다. 29일 오전 10시 15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3.74% 내린 149만2천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매수분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약 24억달러, 한화 3조5천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바이 헤드는 개인들이 아직 본격적인 투매에 나선 단계는 아니라며 코스피를 낙관적으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망도 아직은 보수적인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아파바이 헤드는 레버리지 ETF 관련 상품 시가총액이 연말 전 80억달러 아래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고, 코스피200 선물도 우선 888선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수준이 무너지면 거시경제 변수를 반영한 적정가치로 제시한 754.6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씨티의 자산시장 거품 지표상 한국 증시는 기존 과열 구간에서 고평가와 적정가치의 경계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아직 명확한 저평가 구간으로 들어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개인의 신용거래 축소 속도와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안정 여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