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라 이름 붙인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서 세금, 재정지출, 공공서비스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해당 예산안은 새 회계연도 예산 수립은 물론,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적·경제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이른바 ‘조정 예산법안(reconciliation bill)’ 형식으로 제출됐다. 이는 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자신들의 관할 예산안을 개별적으로 마련한 후, 이를 예산위원회가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절차로 작성된 법안은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피할 수 있어 단순 과반으로도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올해 제출된 이 예산안에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통과된 세금 감면 조치의 다수 조항을 연장하는 한편, 자동차 대출 이자, 초과 근무 수당, 팁 소득의 소득세 면제 등 새로운 감세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SNAP) 예산은 감축되고, 정부가 운영하던 무료 세금 신고 사이트는 폐쇄된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부유층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반면, 저소득층은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역진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법안이 ‘공화당 예산안’으로 불리는 것은 현재 공화당이 상하 양원과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은 존재한다. 일부 강경파는 메디케이드 등 복지예산을 더 빠르고 크게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삭감에 반대하는 온건파도 있어 향후 표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며, 메모리얼 데이 이전까지 하원 전체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상원은 자체 예산안을 준비 중이다. 두 상원이 각각의 법안을 통과시키면, 양측에서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합의안이 만들어진다. 이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효력이 발생하지만, 거부할 경우 다시 의회에서 재표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 법안의 핵심 지지자이자 추진자이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독려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내 일부 이탈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백악관도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셈법과 경제적 현실이 복잡하게 얽힌 이번 법안이 어떤 형태로 최종 통과될지, 그 결과가 미국 내 세금 구조와 복지정책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과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