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과 리처드 블루멘솔(Richard Blumenthal) 의원이 메타(Meta)의 스테이블코인 계획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며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표결을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는, 메타의 디지털 자산 관련 행보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한다.
의원들은 메타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거나 써클(Circle), 테더(Tether) 같은 발행사와 파트너십을 추진 중인지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회신 시한은 오는 6월 17일이다. 특히 이들은 메타가 어떤 암호화폐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는지, 디지털 자산 관련 로비를 벌이고 있는지, 기술 기업들의 통화 발행을 제한하는 입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등을 일일이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2019년 ‘리브라’로 처음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시도했던 메타는, 당시 규제 압박으로 프로젝트명을 ‘디엠(Diem)’으로 변경했다가 결국 2022년 자산을 전면 매각하며 철수했었다. 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다시금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기능을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 통합하기 위한 논의를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들과 비밀리에 진행 중이라는 정황도 제기됐다.
워런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같은 사적 통화를 기술 대기업이 발행하게 되면 통화 주권이 위협받고 소비자의 금융 프라이버시까지 침해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블루멘솔 의원 역시 “편향된 시장 지배력이 기술 플랫폼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GENIUS 법안’도 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특정 기술기업에 규제를 유예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메타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규제 면제를 추진하게 되면 메타는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얻게 될 수 있다고 의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식 입장에서 메타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개발 계획이 없으며, 디엠 프로젝트는 종료됐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메타는 여전히 써클 등과 교류 중이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저비용 해외 결제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메타의 관련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메타라는 한 기업의 움직임을 넘어, 누가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향후 미국 상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표결 결과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