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에도 행정업무를 중단 없이 수행하기 위해 추진해온 충청남도 공주의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가 18년째 개장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전산실 화재 사태를 계기로, 해당 시설의 지연이 국가 전산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 주요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충남 공주에 '제4센터'를 짓는 사업을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왔다. 이 센터는 화재,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등 비상사태 발생 시 행정기관 데이터의 안정적인 백업과 복구를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지진, 전자기파, 화생방 공격에도 견디는 특수시설로 알려져 있다. 본래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사업자 선정 실패와 예산 문제, 공사 중단 등을 거치며 2019년에야 착공했고, 센터 건물은 2023년 5월에야 완공됐다.
문제는 하드웨어 공사 완료 이후에도 전산시스템 구축과 재난 대응 체계 도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래 2023년 11월 개청을 목표로 했지만, 같은 해 정부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계획을 변경해 '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방침을 수정했다. 이는 두 개의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고도화된 이중화 방식으로, 한쪽이 마비되어도 즉시 다른 쪽이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는 체계다. 그러나 설비 구축 지연으로 2025년 5월 말 기준 전체 공정률은 66.9%에 머물러 있다.
최근 발생한 대전 본원 화재는 이번 지연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지난 9월 26일, 무정전 전원장치(UPS)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정부 주요 전산망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며 우편, 금융, 보험 서비스를 포함한 전반적 업무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공주센터가 제때 가동됐다면 데이터 이중화가 가능해 피해 규모가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서도 공주센터는 대전·광주센터의 일부 백업 데이터만 저장 중이며, 실질적인 재난복구 기능은 미구축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센터 개청 지연이 장기화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신속한 구축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전산 환경 구축 공사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라 밝혔지만, 실제 개청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같은 흐름은 국가 디지털 전환과 사이버안보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정부 전산 인프라의 근본적인 재정비 필요성을 시사한다. 정보보안 분야는 물론 행정서비스 중단에 따른 민생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가 데이터센터의 체계적 운영이 더 이상 지연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