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새 위원장으로 취임한 폴 앳킨스(Paul Atkins)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라는 정치적 전환점을 앞두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확립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의 정책 방향을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편하려 한다”며, SEC의 규제 완화 기조를 제도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뉴욕에서 열린 매니지드 펀드 협회(Managed Funds Association) 콘퍼런스 연설에서 그는 공공시장과 비공개시장 모두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규율적 불확실성이 늘 논쟁이 되어온 암호화폐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포석이다. 앳킨스는 “우리가 지금 함께 힘을 모은다면,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규제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협업 역시 필수라고 밝혔으며, 특히 디지털 자산 부문에서 양 기관 간의 협력 부재가 다양한 프로젝트의 좌초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앳킨스는 “디지털 자산을 다루면서 사람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며 “규제기관 간 협조 부족으로 수많은 가능성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SEC와 CFTC라는 두 ‘요새’가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그 중간 지대에는 시장 혁신이 묻혔다는 비유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강화됐던 산업 친화적 규제 기조를 차기 행정부에서도 유지하고자 하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앳킨스는 차후 자신이 퇴임하더라도 이 같은 규제 체계가 흔들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규제 명확성을 확보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시장뿐 아니라, 라이트코인(LTC), 체인링크(LINK), 도지코인(DOGE) 같은 주요 알트코인들의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치가 암호화폐 산업에 보다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이른 제도화가 정책 여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앳킨스가 추진 중인 ‘미래 대비형(Future-proof)’ 규제 체계가 실제로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 진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