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이 금융 시스템의 ‘주류’로 편입되면서, 회계·감사 현장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 암호화폐가 기존 회계 기준의 틀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으면서, ‘분류·평가·공시’ 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제도 표준화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반면, 미국은 해석과 판례 중심의 접근이 이어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토 ‘우먼 인 크립토’ 지부장인 가나 비트코(Ganna Vitko)는 최근 뉴스레터에서 “디지털 자산은 미국 일반회계기준(GAAP)과 국제회계기준(IFRS)에 있는 전통적 자산 분류 체계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크립토 펀드의 회계·감사 리스크가 EU와 미국 모두에서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디지털 자산이 현금, 유가증권, 파생상품, 무형자산 등 기존 카테고리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하는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류’부터 흔들리는 크립토 회계…평가·손상·손익 인식까지 연쇄 영향
핵심 문제는 ‘디지털 자산의 정체성’이다. 암호화폐가 금융상품인지, 무형자산인지, 혹은 재고(inventory)처럼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분류가 불명확하면 회계 처리 전체가 흔들린다. 보유 자산을 어떻게 검증할지, 손상(impairment)을 언제 인식할지, 가격 변동으로 인한 평가손익을 재무제표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가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크립토 펀드처럼 여러 코인과 지갑, 수탁 구조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에는 ‘지갑 관리(커스터디)’, 거래소별 가격 차이, 유동성 편차 등 현실 문제가 회계 기준의 공백을 더 크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유해도 기관·국가·감사인에 따라 재무제표상의 모습이 달라질 여지가 커지고, 이는 투자자 관점에서 비교 가능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규제 집행 환경도 변수…미국은 ‘선별적 고강도’, EU는 ‘표준화’로 이동
회계·감사의 불확실성은 규제 압력이 높은 환경에서 더 크게 부각된다. 비트코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 동향을 언급하며, 최근 회계·감사 관련 사건에서 ‘피조사자 수는 줄었지만 평균 합의금은 늘어나는’ 흐름이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하게 다수 사건을 처리하기보다, 더 적은 사건에 더 큰 금전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회계법인, 감사인, 펀드 운용역 개인에게까지 ‘직업적·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EU는 암호자산시장규제(MiCA)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회원국 간 감독 공조와 보고 의무 표준화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즉 미국이 정책 방향과 사건 선택에 따라 집행 강도가 오르내리는 ‘해석 중심’에 가깝다면, EU는 법제 조화를 통해 ‘규칙 기반(compliance framework)’을 촘촘히 만드는 쪽에 가깝다. 두 시장의 규제 메커니즘 차이는 크립토 펀드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설계, 나아가 회계·감사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시장 참여자들이 꼽는 대응책…외부 검증·가격 산정 다변화·온체인 분석 도입
비트코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업계가 선제적으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준비금에 대한 정기적인 제3자 검증(어테스테이션), 여러 거래소 가격을 종합해 평가하는 독립 밸류에이션 체계, 크립토 운영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블록체인 분석을 활용한 감사 기술(Audit Tech) 투자 등이 거론된다.
감사인·회계사 역시 디지털 자산 지식과 기술을 확장하고, 커스터디·보안·온체인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협업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갑 주소 추적, 거래 검증, 토큰 이동 경로 확인 같은 온체인 기반 증적 확보가 전통적인 샘플링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밈코인 발행, ‘증권’과 ‘세금’은 별개…매각 시 일반소득세 가능성
법률 코너 ‘전문가에게 묻다(Ask an Expert)’에서는 브로건 로펌의 대표 변호사 애런 브로건(Aaron Brogan)이 토큰 발행과 과세 이슈를 다뤘다. 브로건은 고객이 밈코인(meme coin) 출시를 검토하는 경우, SEC가 특정 밈코인을 ‘증권이 아니다’라고 볼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내놓은 것과 별개로, ‘세금 문제는 동일하게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세법(IRC) 1032조를 예로 들며 “주식 발행 대금은 과세소득이 아니라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법이 만든 특례로 암호화폐에는 동일한 대응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밈코인을 발행해 판매(매각)할 경우, 그 대금이 일반소득(ordinary income)으로 분류돼 세금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성’ 판단과 ‘과세’는 다른 트랙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실무적으로 유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향후 쟁점은 ‘미국 내 발행 촉진’과 세제 정비…입법 가능성도
브로건은 향후 변화 가능성으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해외가 아닌 미국으로 다시 유치하려는 법률가·업계의 움직임을 언급했다. 다만 상당수 프로젝트가 미국 내 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오프쇼어(offshore) 구조를 선호해 왔다는 점에서, 발행 과세는 워싱턴DC 로비스트 사이에서도 ‘현재진행형 정책 이슈’로 남아 있다고 봤다. 토큰 발행의 세금·회계 공백을 메우는 해법이 향후 입법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크립토 펀드의 회계·감사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분절된 규제, 큰 가격 변동성, 새로운 커스터디 구조가 기존 금융 프레임을 계속 압박하는 가운데, EU는 MiCA를 축으로 표준화에 속도를 내고 미국은 해석 중심의 체계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이 성숙하려면 비교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회계·공시의 정교한 기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정비의 속도와 방향이 크립토 생태계의 지속 성장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시장 해석
- 디지털 자산이 금융의 주류로 편입될수록 회계·감사 체계는 오히려 더 복잡해짐
- 핵심 원인은 암호화폐가 GAAP/IFRS의 전통적 자산 분류(현금·증권·파생·무형·재고)에 깔끔히 들어맞지 않는 ‘정체성 문제’
- 미국은 해석·판례 및 선택적 고강도 집행(적은 사건, 더 큰 합의금)으로 실무 부담이 커지고, EU는 MiCA를 축으로 규칙 기반 표준화가 진행 중
💡 전략 포인트
- (분류 선행) 보유 토큰별 성격(지급수단/투자성/유틸리티/수탁구조)을 기준으로 내부 회계정책을 먼저 고정하고, 변경 시 공시 원칙까지 함께 설계
- (평가 체계) 단일 거래소 가격 의존을 줄이고 다중 거래소·지수·유동성 가중치 등을 반영한 독립 밸류에이션 프레임 구축
- (감사 대응) 지갑·수탁(커스터디) 통제, 키 관리, 권한 분리, 거래 승인 로그 등 내부통제를 ‘감사 증적’ 관점에서 재정비
- (증적 고도화) 온체인 분석을 활용해 주소 기반 잔고·이체·상대방·흐름을 검증하고, 전통적 샘플링 한계를 보완
- (규제/세무 분리 대응) ‘증권성 판단’과 ‘과세’는 별개 트랙이므로, 토큰 발행·매각 단계에서 세무 시나리오(일반소득 분류 등)를 사전 검토
📘 용어정리
- GAAP: 미국 일반회계기준. 원칙과 해석(실무·판례) 영향이 커 디지털 자산 처리에서 편차가 발생할 수 있음
- IFRS: 국제회계기준. 국가 간 비교 가능성을 목표로 하나 디지털 자산의 분류 공백이 존재
- 손상(impairment): 자산 가치가 하락했을 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인식 시점·방법에 따라 손익이 크게 달라짐)
- MiCA: EU 암호자산시장규제. 회원국 간 감독·보고 체계를 표준화해 규칙 기반 컴플라이언스 프레임을 강화
- 커스터디(custody): 디지털 자산 보관/관리(지갑, 키, 수탁기관 구조 포함). 회계·감사에서 존재성/권리 검증의 핵심 포인트
- 어테스테이션(attestation): 준비금·보유자산 등에 대한 제3자 검증 절차(감사와 유사하나 범위/목적이 다를 수 있음)
- 온체인 분석: 블록체인 상 거래·주소·흐름 데이터를 분석해 증적을 확보하는 기법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암호화폐 회계는 왜 ‘분류’가 가장 큰 난제인가요?
암호화폐가 현금, 금융상품(증권/파생), 무형자산, 재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합의가 부족합니다. 분류가 달라지면 평가 방식(공정가치/취득원가 등), 손상 인식 시점, 가격 변동 손익 반영 방법이 연쇄적으로 달라져 재무제표가 기관·감사인·국가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미국과 EU는 크립토 회계·감사 환경이 어떻게 다른가요?
미국은 GAAP 기반이지만 해석·사건 중심(집행 선택과 판례 영향) 성격이 강해 실무 불확실성과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EU는 MiCA 시행으로 감독 공조와 보고 의무가 표준화되는 방향이라, 규칙 기반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Q.
밈코인을 발행하면 ‘증권이 아니어도’ 세금을 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SEC의 증권성 판단과 세금 부과는 별개의 체계로 움직입니다. 기사 사례처럼, 주식 발행대금은 특정 조항(IRC 1032)으로 과세소득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암호화폐에는 동일한 특례가 없을 수 있어, 밈코인 매각 대금이 일반소득으로 분류되어 과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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