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수장 교체를 앞둔 15일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시장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보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졌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12bp(1bp=0.01%포인트) 오른 4.58%를 기록했다. 통화정책 변화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8%로 9bp 상승했고, 미국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12%로 10bp 뛰어 5.1%선을 넘어섰다. 장기물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빌릴 때 적용받는 금리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금리 급등은 제롬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 종료와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체제 출범을 앞둔 시점과 맞물려 나왔다. 파월 의장은 15일부로 의장직 임기를 마쳤고, 연준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 남아 있다.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법무부 수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당분간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워시 후보자는 미국 연방 상원이 지난 13일 인준안을 가결하면서 조만간 새 의장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며 파월 의장을 강하게 비판해왔고, 워시 지명을 계기로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왔다.
하지만 시장의 해석은 백악관의 기대와 다소 다르다. 워시 후보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고, 월가에서는 새 의장이 들어서더라도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다시 강해진 물가 압력이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2026년 4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8%로 약 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때 금리를 낮추기보다 유지하거나 올리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 정세도 변수로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중국을 떠나면서 국제 유가는 15일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운송비, 생산비 전반을 자극해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릴 수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내리기보다 동결하거나, 필요하면 인상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5일 기준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8%로 반영했고,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40%, 0.50%포인트 이상 인상 가능성은 11%로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새 연준 의장이 출범하더라도 정책 방향이 정치적 기대보다 물가와 에너지 시장, 중동 정세 같은 현실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