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7일 회계기본법과 지방자치법, 공인회계사법을 핵심 입법 과제로 제시하며 회계 제도의 공공성과 신뢰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회계 개혁의 성과를 제도적으로 굳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회계기본법이 기업회계와 비영리회계를 아우르는 기본법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법인 형태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다르고 회계기준과 감사기준도 제각각이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회계기준 수립부터 외부감사, 공시, 감독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틀로 정비해야 시장과 시민 모두가 회계 정보를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방자치법 개정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맡기는 사업 규모가 연간 14조원에 이르지만, 247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조례로 감사를 의무화한 곳은 40곳뿐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이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점검 장치가 충분하지 않아 부정 수급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에는 회계사를 세무 전문가로 법률상 명확히 하고 업무 범위를 정리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회와 갈등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실무협의 체계 구성을 제안하며 쟁점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최근 업계 현안인 미지정 회계사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대책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지정 회계사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수습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인력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수습 안정화 방안을 내놓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장기 미지정자를 우선으로 수습처를 배정하도록 했으며, 국회와 법원, 국민연금공단, 한국공인회계사회 추천기관 등을 새 수습 기관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회계사 선발 규모 자체를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상 한국 경제 규모에 맞는 적정 선발 인원은 700명에서 800명 수준인데, 현재 1천150명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11월 선발 인원 산정 과정에서 이런 판단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확산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을 회계업계의 위협만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봐야 한다며, 감사 환경 변화에 맞춰 기준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새로운 업무 영역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가치 판단과 윤리 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인회계사의 역할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고도화로 옮겨가고 있으며, 과당경쟁 대신 품질과 전문성으로 평가받는 수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날 제72회 정기총회에서 최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고,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회계사대회를 통해 한국 회계산업의 역량과 제도 개혁 성과를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회계 제도를 단순한 업계 규율이 아니라 공공 감시와 재정 투명성 강화의 수단으로 넓혀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