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가 이란 제재 대상 자금 흐름의 핵심 통로로 코인엑스를 지목했다. 2019년 이후 제재 대상 이란 기관 60곳 이상과 연결된 지갑에서 총 38억4000만달러(약 5조9220억원)가 코인엑스를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7억달러(약 4조1626억원)는 이란 최대 거래소 노비텍스와 코인엑스 간에 오갔다. 2018년 이후 하루 평균 약 100만달러 규모다. 단일 거래소 기준으로 확인된 이란 연계 ‘제재 회피’ 흐름 중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이 보고서는 미 재무부가 최근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을 제재한 지 3주 만에 나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전쟁 발발 이후 이란 관련 암호화폐 10억달러를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코인엑스는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온체인 데이터와 실제 집행 간 ‘간극’이 드러난 지점이다.
코인엑스, 불법 거래 비중 8%…업계 평균의 27배
TRM랩스에 따르면 코인엑스의 불법 거래 비중은 약 8%로, 규정을 준수하는 거래소 평균치인 0.3% 대비 약 27배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코인엑스와 노비텍스 간 관계가 ‘자연적 거래’가 아닌 ‘조정된 구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024년 기준 코인엑스는 노비텍스의 최대 외부 거래 상대였으며, 2위 거래소 대비 거래량이 9배에 달했다. TRM은 이를 “독립적 시장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집중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란 주요 거래소들이 거래량의 5~10%를 공통적으로 코인엑스로 라우팅한 점도 비정상적 패턴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코인엑스 계열 채굴 풀 비아BTC의 역할도 확인됐다. TRM은 채굴 보상 형태로 약 1억5400만달러(약 2374억원)가 노비텍스로 유입된 사실을 추적했다. 2025년 6월 해킹으로 약 9000만달러 피해를 입은 노비텍스에 비아BTC가 유동성을 공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란 자금 유입 구조…노비텍스 ‘입구’, 코인엑스 ‘출구’
자금 흐름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연계 지갑 등 제재 대상 주체들이 노비텍스로 자금을 집결시키면, 노비텍스가 이를 코인엑스를 통해 외부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노비텍스는 이란 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약 50%를 처리한다. 코인엑스는 글로벌 유동성과 스테이블코인 전환 경로를 제공하며 사실상 ‘출구’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소 2018년부터 지속됐다. 특히 2026년 5월 노비텍스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연계된 유력 가문과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해당 자금 흐름이 단순 개인 수요를 넘어 국가 권력과 연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인엑스는 2024년 바이낸스를 제치고 노비텍스의 최대 해외 파트너로 올라섰다. 이는 특정 거래소를 겨냥한 규제가 수요 자체를 줄이기보다 다른 경로로 ‘재배치’시킨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코인엑스 “이란과 무관”…쟁점은 ‘인지 여부’
코인엑스는 TRM 보고서 공개 이후 공식 X를 통해 이란 정부 및 거래소와 어떤 상업적 관계도 없으며, 제재 대상에 자금 경로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온체인 자금 흐름만으로 플랫폼의 인지 또는 개입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TRM 보고서는 ‘거래 흐름’ 자체를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코인엑스의 해명은 계약 관계 부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주장은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는 반드시 공식 계약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제재 대상과의 거래 ‘촉진’이 확인되면 적용될 수 있다.
결국 핵심 쟁점은 코인엑스가 해당 자금의 성격을 인지했는지 여부다. 다만 업계 평균 대비 27배에 달하는 불법 거래 비중은 그 판단 이전에 이미 중요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특정 거래소를 넘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내 제재 회피 구조가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시장 해석
이란 제재 대상 자금이 노비텍스(입구)와 코인엑스(출구)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이동한 구조가 포착되며, 특정 거래소가 제재 회피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재는 일부 거래소를 겨냥했지만 자금 흐름은 다른 경로로 재편되며 규제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사례로 평가된다.
💡 전략 포인트
거래소 선택 시 단순 유동성보다 규제 리스크와 의심 거래 비중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정 거래소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향후 제재, 출금 제한 등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온체인 데이터 기반 리스크 분석이 점점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 용어정리
제재 회피: 국제 제재 대상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행위
온체인 데이터: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흐름을 분석한 정보
스테이블코인: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암호화폐
OFAC: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으로 제재 집행 기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