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넣어 청년·성장동력 등에 쓰기로 하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올해 적자성 채무가 1천25조2천억원으로 처음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잡힌 상황에서 추가세수를 빚 상환보다 별도 기금 투자에 우선 배분하는 구조가 쟁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세수와 초과세수다. 다음 해 내국세 세입예산이 장기 추세치를 웃돌면 그 상회분을 추가세수로 보고 기금에 전입한다.
매년 9월 세입 재추계에서 내국세 전망이 당초 예산보다 늘면 차액은 초과세수로 적립된다. 반대로 세입이 장기 추세를 밑돌거나 세입 결손이 생기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출해 재정 변동성을 줄이는 구조다.
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쓰인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단기 지출에 모두 소진하지 않고 중장기 성장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8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구체화될 사안으로 다뤄져 왔다. 당시에도 기금 규모와 재원 배분 방식, 국회 통제 장치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도 함께 추진된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재정건전성 논란은 적자성 채무 규모와 맞물려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적자성 채무는 1천25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925조7천억원보다 99조4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계획됐다.
금융성 채무 증가분은 8조9천억원으로 제시됐다. 작년 결산 대비 국가채무 증가 폭 108조3천억원 가운데 91.9%가 적자성 채무인 셈이다.
국가채무는 성격에 따라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뉜다. 금융성 채무는 외환·융자금 등 대응자산을 통해 자체 상환이 가능한 채무이고, 적자성 채무는 대응자산이 없어 상환 때 조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채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적자성 채무의 가파른 증가는 국민의 실질적 채무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이자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운용의 경직성 심화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성 채무 수준에 대한 구체적 관리 목표와 방안을 검토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래 투자의 시급성을 앞세웠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1일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 브리핑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거나 소극적인 재정건전성 관리에 활용하기보다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생산적 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다만 “필요한 경우 국채를 상환하는 등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세수 결손 대응과 국채 상환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추가세수의 우선순위다. 현행 국가재정 운용에서는 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을 거친 뒤 세출 예산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기본 틀이다.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이 이런 우선순위를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대로 정부는 경기 변동에 따른 세입 충격을 흡수하고 미래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려면 별도 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결산심사에서 재정확대 책임을 따지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1일 기자회견에서 2025회계연도 결산심사의 핵심은 본예산 673조3천억원이 두 차례 추경을 거쳐 703조3천억원으로 30조원 늘어난 재정확대 정책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채무도 28조6천억원 증가했다며 추경 사업 집행률과 적자국채 발행 책임을 보겠다고 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실제 규모와 분야별 배분은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확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