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을 계기로 선불카드와 상품권의 환불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불매 의사를 표시하며 충전 잔액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먼저 써야 환불이 가능한 구조에 막히면서 “내 돈을 돌려받는 데 왜 조건이 붙느냐”는 문제 제기가 커진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6년 6월 1일부터 2주 동안 선불카드 잔액을 조건 없이 환불해주기로 했지만, 원래 약관은 마지막 충전금액 기준으로 60% 이상, 1만원 이하는 80% 이상 사용해야 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을 충전했다면 8천원 이상, 5만원을 충전했다면 3만원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 환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런 기준은 스타벅스만의 예외가 아니라 메가커피, 투썸플레이스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는 물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상품권, 컬쳐랜드 모바일문화상품권, 배달의민족 교환권 등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반면 쿠팡의 쿠페이 머니, 네이버페이 머니, 카카오페이 머니는 대체로 이런 사용 조건 없이 본인 계좌로 인출할 수 있어 소비자 체감 차이가 크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비슷한 ‘충전금’이나 ‘상품권’ 같지만 법적 분류와 적용 규정은 서로 다르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이 적용되는 ‘충전식 금액형 상품권’으로 분류된다. 이 약관은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 금액의 60% 이상, 1만원 이하는 80% 이상을 사용한 경우 잔액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표준약관이 말 그대로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일 뿐, 기업이 반드시 그대로 따라야 하는 강행 규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네이버페이 머니나 카카오페이 머니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성격이 강하고, 사업자가 더 유리한 환불 정책을 택하면서 100% 인출이 가능한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60% 기준은 소비자 불편만을 위해 생긴 장치가 아니라 과거 상품권 제도의 역사와도 연결돼 있다. 예전 ‘상품권법’은 이른바 상품권 깡(상품권을 현금처럼 할인 유통하는 행위)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80% 이상 사용해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기준이 60%로 낮아졌고, 종이 상품권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에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됐다. 정부는 상품권을 본질적으로 특정 금액만큼 상품이나 서비스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보기 때문에, 발행사가 처음부터 현금 자체를 돌려줘야 하는 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환불 문턱을 지나치게 낮추면 상품권이 사실상 현금과 비슷하게 유통돼 부정 사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시장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과 선불결제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종이 상품권 시절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묻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 지난해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손질했고,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상품권의 환불 비율을 기존 구매액의 90%에서 95%로 높였다. 포인트나 적립금 형태로 돌려받을 경우에는 100% 반환도 가능하도록 넓혔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모바일 교환권에 대해 구매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전액을 쇼핑포인트로 환불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네이버도 권고에 맞춰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 사례를 계기로 공정위가 관련 환불 규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최소 사용 비율 자체를 크게 낮추지는 않더라도 소비자 보호를 넓히는 방향의 세부 조정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