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자사 파운드리 전략의 핵심으로 선전해온 18A 공정에서 손을 떼고, 차세대 14A 노드로 중심축을 옮길 방침이다. 이는 2024년 약 18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리프 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 체제 아래 전면적인 구조 개편까지 단행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계획은 로이터와 독일 매체 컴퓨터베이스가 보도했으며, 복수의 소식통이 이를 확인했다.
18A 노드는 인텔이 TSMC 및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발한 ‘세대교체급’ 기술이었으며, 전력 공급을 칩 후면에서 처리하는 파워비아(PowerVia), 차세대 리본FET 트랜지스터 등이 핵심 기술로 탑재됐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고, 현재까지 18A 기술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은 인텔 본사뿐이다. 결국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인텔은 개발 및 투입된 수조원의 자산을 상각하더라도 18A를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이제 자사의 파운드리 부문을 14A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공정이 양산에 돌입하기까지는 최소 2027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만큼, 3년 이상의 전략 공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TSMC와의 제휴 논의가 결렬된 이후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자립을 이유로 인텔과 TSMC 간의 조인트 벤처 설립을 권했으나, 지난 4월 TSMC는 관련 협의를 공식 부인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리프 부 탄 CEO는 조직문화 혁신에도 착수했다. 취임 직후인 4월 그는 데이터센터·AI·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을 직접 지휘하겠다고 밝히며, 보고 체계를 수평화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했다. 또한 최고기술책임자 겸 AI 최고책임자로 사친 카티를 승진시켜 엔비디아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리더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며 대규모 인력 감축도 예고했다.
실제 인텔은 2024년 1만 5,000명의 직원 해고에 이어, 내부 추정치로 최대 20% 이상 감원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용 측면에서는 연간 운영비 7,200억 원 절감, 설비 투자 2조 8,000억 원 축소 등의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하이오에 추진 중인 약 40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이 2030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인텔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견인하려던 주요 전략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파급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 제품 부문 CEO 미셸 홀트하우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고 성능을 낼 수 없다면 우리 공장이 아니라 경쟁사 공장을 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자사의 제조 전략에 대한 유연성을 시사한 바 있다. 18A의 실패와 전략 수정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전체에 대한 재정비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차세대 14A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의미한 고객사들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